삼성전자, 개인 큰손들의 '지독한 사랑'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 2007.10.24 13:51

석달간 25% 하락 개인 순매수는 5500억…'한방' 기대감 여전

"지방분권(삼성전자를 팔고 다른 주도주를 여러주 사는 투자)에는 관심없고 여전히 중앙집권(삼성전자 한종목에 집중하는 투자)만 고집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향한 개인 투자자들의 '지독한 사랑(?)'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세계 최초로 30나노 64기가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며 '반도체 집적도를 매년 2배씩 올렸지만' 주가는 여전히 수직 강하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잘나가던 최근 석달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오히려 25%(24일 오후 1시30분 기준)나 추락했을 정도다.

그러나 개인 큰손들은 도무지 주식을 내다팔지 않고 있다.

◇개인 큰손 "주가 빠지면 더 산다"

지난 7월13일 최고가(68만7000원)일때 삼전(삼성전자의 줄임말) 1000주 가치는 6억8700만원. 그러나 24일 현재가(오후1시30분) 기준 가치는 5억1500만원으로 급감했다. 1000주를 들고 있다면 1억7200만원이 차트속으로 사라졌다.

2000주를 갖고 있다면? 아파트 한 채값인 3억5000만원이 날라간 셈이다. 일반인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런데도 개인 투자자들은 삼전 주식을 되레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 외국인들이 내다파는 주식을 고스란히 받아주고 있다. 지난 7월13일 이후 주가가 줄기차게 빠지는데도 10월23일까지 석달여동안 개인투자자 순매수 2위(1위 하이닉스)에 올라있다.

이 기간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삼전주식 1만1377주, 금액으로 550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순매도 50위권에는 이름도 찾아볼 수 없지만..

도대체 왜, 개인 큰손들은 투자의 불문율인 '손절매 원칙'까지 져버리며 삼전만을 고수하는 걸까?

◇삼전은 주식 '그 이상의 의미

전문가들은 개인 큰손들이 삼전에 대해 '오르고 내리는' 주식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투자증권 압구정지점 황창현 차장은 "삼전을 수천주이상 보유한 큰 손들은 이를 주식이 아닌 비과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며 "최근에는 주춤하고 있지만 금융종합과세를 합법적으로 피해가며 안정적 수익을 담보해주는 주식으로 삼전만한 것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삼전을 1000주 이상 들고 있는 큰 손중에서는 10명중 7명꼴로 이번 급락에도 단 한주도 주식을 팔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머지 30%도 삼전을 모두 되팔지 않고 비중을 약간 줄였을 뿐 이라고 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전과 함께 부를 키워왔기 때문에 남다른 애착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삼전을 보유한 개인 큰손 중 대다수는 주가가 7만∼25만원일 때 사모은 사람들이다"며 "50만원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이들은 눈하나 깜짝 않는다"고 말했다. 영업일선에서는 최근 삼전 주가가 워낙 바닥을 기는 상황이어서 삼전 주식을 팔고 다른 주도주를 살 것을 권유했지만 잘 먹혀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으로 큰 수익을 올린 큰 손 가운데는 든든한 총알을 바탕으로 단타성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삼전에 투자한 큰 손들은 좀더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을 산다"고 했다.

◇당장의 실적에 부화뇌동 않는다

일부 큰 손들은 삼전이 최근 주가급락을 접고 반드시 시세를 크게 내줄 것으로 믿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동부증권 목동금융센터지점 조영준 차장은 "큰 손들은 삼전의 3분기실적이나 4분기실적에는 큰 관심이 없다"며 "그보다 더 긴 관점에서 삼전의 가치가 계속될 것이라는 확신하고 있어 어지간한 주가 하락에는 꿈쩍도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삼전 투자자가 그렇듯 당장 주식을 팔아야 할 정도로 현금이 급하지 않다. '큰 시세'를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큰 손들은 삼전에 1년 정도 돈을 묻어두면 또다른 상승 기회를 포착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삼전을 뒤늦게 보유한 큰 손중에는 매도 타이밍을 놓쳐 '원치 않는' 장기 투자자가 된 경우도 있다. 50만원대 후반에서 팔지 못한 큰 손들은 최근 주가가 거의 바닥권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삼전을 사모으는 개미들

삼전은 큰 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개미 투자자 중에서도 돈이 생길 때마다 삼전 1∼2주씩을 사모으는 '마니아'가 많다. 이들은 큰 손들과 달리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편이다.

그러나 이들도 철저하게 장투 원칙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삼전 매니아라고 밝힌 증권사의 한 영업맨은 "돈이 생길 때마다 1주도 좋고 2주도 좋고 삼전 주식을 산다"며 "최고기업으로서 '시스템'을 믿고 수년째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또다른 삼전광인 한 투자전략가도 "PBR이 1.8배수준으로 지금이 삼전 주식을 사기에 가장 좋은 기회로 본다"며 "1년정도 기다리면 반드시 좋은 수익률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삼전의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삼전을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사랑은 한결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무차별 매도속에서 시가총액 1위기업 삼전의 주가 최후 보루는 개인투자자들이다. 3분기 실적 개선에 이어 반도체 집적도를 매년 2배씩 올리는 기술력 카드도 내놓았지만 좀처럼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삼전 주가가 어떻게 투자자들에게 화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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