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수익증권 판매잔액은 지난 19일 현재 92조93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말 잔액 85조297억원에 비해 14일(영업일 기준)새 무려 8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달 들어 수익증권 판매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신한은행으로 2조601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2조3892억원을, 하나은행도 2조744억원을 늘렸다.
수익증권 판매 증가세는 지난 7∼9월과 비교된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판매잔액은 9월 말까지 3개월간 각각 4조7172억원과 4조956억원 늘어났다. 이들 은행은 지난 3개월간 증가액의 절반가량을 단 14영업일 만에 올린 셈이다. 우리은행도 이달 들어 8973억원의 판매잔액을 늘리며 지난 3/4분기 증가분인 8396억원을 훌쩍 뛰어넘었고, 하나은행도 지난 3/4분기 증가분 1조7670억원을 웃돌았다.
은행들의 수익증권 판매잔액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영업력을 이곳에 집중한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올해 초 신용카드, 방카쉬랑스 판매에 주력했지만 하반기 들어 펀드판매에 집중하고 있다"며 "개인금융 점포는 펀드판매 실적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하면서 수신이 어려워지는데다 주택담보나 중소기업 대출 등 여신영업 역시 여의치 않자 수익성 높은 수익증권 판매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은행 지점장들은 올해 펀드판매 실적이 내년 초 영업점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업점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고소득 젊은층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펀드판매가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펀드판매에 애를 먹고 있다.
강남 지역의 한 은행지점 관계자는 "중국펀드 등 펀드수익률이 높다는 소식이 나오면 다음날 고객들이 직접 지점을 찾아와 상담을 받고 그 자리에서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다른 은행관계자도 "고객들의 금융지식이 상당해 놀랄 때가 많다"며 "다른 지역 지점보다 펀드판매가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지역의 한 은행 지점장은 "직원들에게 펀드 판매를 독려하는 데 쉽지 않다"며 "올해 인사고과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것같다"고 전했다. 그는 "펀드를 팔기 위해 고객들에게 직접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고객들이 펀드에 관심을 가져도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지 않아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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