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 유럽 최대 조선소 지분 인수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7.10.23 17:09

총 8억 달러 투자, 세계 2위 크루즈선 업체 아커 야즈 지분 취득

STX그룹이 유럽 최대 규모의 조선 그룹이자 세계 2위 크루즈선 업체인 노르웨이의 아커 야즈(AKER YARDS)의 지분을 인수했다. STX그룹은 국내 조선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를 통해 최고의 부가가치 선박으로 통하는 크루즈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크루즈선은 선박과 호텔, 리조트 등을 합한 개념의 초호화 유람선으로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고급 리무진에 해당한다. 국내 조선업계는 그동안 1만TEU급 컨테이너선이나 LNG선 등 화물선 분야에서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지켰지만 크루즈선의 벽은 넘지 못했다.

STX그룹은 22일~23일 이틀 동안 노르웨이 오슬로 증시에서 블록딜 방식을 통해 아커 야즈의지분 32.9%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STX는 경영권 확보나 추가 주식 매입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조선업계는 STX가 추가 지분 매집을 통해 경영권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STX는 '아커 야즈'사 주식 4456만주를 총 8억 달러에 매입했다. 주당 매입단가는 97크라운으로 아커 야즈의 22일 종가 70.50크라운 대비 38% 할증된 가격이다. 지분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STX조선, STX엔진 등 STX 계열사들이 분담했다.

아커 야즈는 1841년 설립된 유럽 최대 조선소로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핀란드, 프랑스, 독일, 브라질 등 8개국 18개 조선소에서 2만여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8억 달러다.

아커 야즈는 주력 사업인 크루즈선 건조 분야에서 원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조선소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형급 페리 건조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STX는 이번 지분 취득에 대해 미래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유럽 조선소의 원천 기술과 STX의 선박 건조 기술, 조선기자재 공급 능력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조선사업의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아커 야즈의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한 기존 경영진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노르웨이 조선당국 등 관계자들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STX그룹이 아커 야즈를 인수한 것은 국내 조선업계에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 크루즈업계를 독점하고 있는 '빅3' 중 하나인 '아커 야즈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은 국내 조선업계가 모두 알고 있었지만 STX가 막상 주인이 되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는 것.

이는 국내 후발업체인 STX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딛고 있는 크루즈선 분야에서 선도업체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STX의 이번 도전이 성공할 경우 세계 5~6위권인 STX가 '빅3'로 도약할 수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은 자체적인 기술개발과 시설투자를 통해 크루즈선을 개발하는 방식을 선택했지만 STX는 M&A를 통해 단숨에 크루즈선 업체를 소유하게 된 것"이라며 M&A를 통해 성장해 온 STX답다는 평가를 했다.

업계에서는 인수가격(8억 달러)에 대해 STX가 다소 후한 프리미엄을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커 야즈가 유럽 최대 조선회사이기는 하지만 국내 대형조선소들과는 기업규모나 시가총액에서 비교가 안 되기 때문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크루즈선은 세계적으로 연간 10여척이 발주돼 전체 시장규모가 100억 달러 정도다. 여기에다 크루즈선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수제 자동차 제작과 같아서 국내의 대형 조선소들의 선박건조 개념과는 차원이 다르며 기업가치도 국내 조선소와 견주어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까지 STX는 경영권 인수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 조선소가 유럽 최대 조선그룹의 경영권을 갖게 될 경우 현지의 정서나 규제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을 회피하자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우선은 현 경영진 체제를 유지한 뒤 상황을 봐가며 이사 파견, 지분 추가 확보, 경영권 인수 등의 수순을 밟아갈 것으로 보인다. 크루즈선도 유럽에서 건조해 현지 시장에 판매하는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인테리어 등 크루즈선관련 기자재산업이 국내에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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