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鄭, 재계와 입장차 확인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07.10.23 14:23

김진표 "부시, 한국 금산분리에 '잘됐다' 반응" 일화 소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가 금산분리 존폐 여부를 놓고 재계 수장들과 의견 차이를 확인했다. 23일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정 후보는 이날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과 이용구 대림산업 회장, 이필승 풍림산업 사장 등과 만나 재계의 현안을 듣는 간담회를 가졌다.

원내1당의 대선후보로서 경제계 원로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 최재천 대변인에 따르면 회동 말미 정 후보는 손 회장에게 "은산(은행-산업자본) 분리에 대해 어떤 입장이시냐"고 물었다.

이에 손 회장은 "외국의 공세에 대응해야 하고,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으므로 제약을 완화했으면 하는 게 (상의의) 입장이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 후보는 "(은산분리) 폐지의 근거는 글로벌 스탠다드인데 세계100대 은행 중 산업자본이 4% 이상 지배하는 나라는 독일만 6개이고 영국계가 1개"라고 반박했다.

정 후보는 이어 배석한 김진표 신당 정책위의장에게 경제부총리 시절 에피소드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참여정부 초기인 지난 2003년경,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국대통령과 식사를 함께 한 자리에서 금산분리가 화제에 올랐다. 부시 대통령이 한국의 금산분리 현황에 대해 궁금해했다는 것.

한국이 금산분리 원칙을 관철하고 있다고 답하자 부시 대통령은 "그것 잘됐다, 내가 MBA 출신이다, 내 생각에 일본과 독일 경제의 문제 중 하나가 산업자본이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것이다, 산업자본이 금융을 지배했을 때 문제가 많다고 본다"는 요지로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정 후보와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뒤 상공회의소로 오는 도중 함께 탄 차에서 이 일화를 말했다. 여기에 흥미를 느낀 정 후보가 '앵콜'을 요청한 것. '금산분리가 글로벌 스탠다드'란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근거'를 제시한 셈이다.


김 정책위의장에 이어 정 후보는 "상의에서도 개방적 자세로 은산분리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박영선 의원은 "(은산분리를 해제하면) 도리어 외국 산업자본이 우리 은행을 소유할 위험도 있으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손 회장도 그러나 "여러 부작용이 있겠지만 외국 산업자본이 우리 은행을 지배할 위험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박 의원에게 반박했다.

이어 "융통성이 필요하다"며 "IMF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여러 불씨는 금융감독체계가 정비되면서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간담회가 끝났다는 게 최 대변인의 전언. 대화 내용만 놓고 보면 정 후보와 재계 수장인 손 회장이 '논쟁'을 벌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다.

정 후보측과 상의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이런 해석을 부인했다. 한 배석자는 "정중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현안들에 대해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런 일을 예상이나 한 듯 정 후보는 간담회 인삿말에서 "정동영이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된 것을 걱정하실지 모르겠지만 마음 놓으셔도 좋다"며 "저는 이 나라 산업을 일구고, 최고의 인권과 복지인 일자리를 만들어내시고, 국부를 창출하신 기업계 대표 여러분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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