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거래부터 신사업까지..'온실가스 고래'들의 변신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7.10.24 11:35

[기후가 기업을 바꾼다]<4-1>에너지 다소비업체들의 온난화 위기 대처

편집자주 | 기후변화 시대의 기업에 '기후는 기회'다. 소비시장엔 온난화를 염려하는 친환경 소비자군이, 투자시장엔 기업의 단기이익보다는 이익의 지속가능성을 보는 투자자군이 부상하고 있다. 시장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일부 대기업들은 벌써 기후에서 기회를 잡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탄소정보공개, 포스트교토 등 달라지고 있는 기업 환경과 그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은 기업들의 사례를 5회에 걸쳐 전한다.

↑ 지난 11~12일 LG화학 전국 8개 사업장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권
사내 모의거래가 실시됐다.
LG화학은 지난 11, 12일 이틀 동안 울산과 전남 여수, 충북 청원, 충남 서산 등 전국 8개 사업장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권 모의거래를 실시했다.

생산되는 제품의 종류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축목표를 0~5%로 차등화했다. '0%'는 기준년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5%'는 기준년도 배출량보다 5% 줄여야 함을 의미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준년도는 2006년으로 정했다. 사업장 확장 계획 등 변수를 고려해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과 잠재 감축량을 점검해나갔다. 사업장간 일어나는 거래 실적과 이를 통한 감축목표 달성 여부 확인은 빠질 수 없는 작업이다.

LG화학의 한 관계자는 "이번 모의거래로 회사 전체로는 배출량 저감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됐다"며 "앞으로 변수를 다양화시켜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세부 사항을 재조정해 실효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업이 국내 온실가스 1/4 배출= 산업자원부와 발전, 철강, 정유, 석유화학, 자동차 등 10개 에너지 다소비 업종 대표들은 지난 2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정부-산업계 협력채널인 '기후변화 대응 추진협의회'를 발족시켰다.

200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CO₂)로 환산하면 5억9000만여톤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만 해도 1억4600만톤,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 이상이다.

에너지 다소비업종 기업들은 역량 축적, 온실가스 저감 기술 개발, 사내 시스템 구축 차원에서 정부-에너지관리공단과 손잡고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의 사례도 그 중 하나다.

◇LG화학, 다방면 위기관리=지난 2004년 11월께 LG화학은 제품의 환경영향성 평가를 전담하는 부서인 '환경안전팀' 내에 기후변화 이슈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켰다.

석유화학업종에는 앞으로 CO₂ 배출한도에 의해 공장 신ㆍ증설 등 사업영역 확장에 제한이 올 가능성이 있다. 또, 온실가스 다배출 업체에 대해선 비관세 장벽 등 원활한 교역에 제한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기후변화 TF 발족 직후부터 주요 주요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량 등 데이터를 축적했다. 아울러 지난해 2월 에너지관리공단과 맺은 '사내배출권 거래제도 정착 양해각서(MOU)'에 따라 배출권 모의거래를 실시했다.

LG화학의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75만톤 수준이며 이중 90% 이상이 화석연료 사용에 따라 배출되는 CO₂인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의 관계자는 "2012년까지 사내 배출권 거래제도 정착 등 자체 감축 노력을 계속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요 정유업체 중 하나인 SK에너지도 에너지관리공단과 사내배출권 거래제 MOU를 체결, 올 상반기에 모의 배출권 거래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활동내용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약 3년간 환경경영팀에서 기후변화 이슈를 담당해왔지만 사내배출권 거래제 등 온실가스 저감활동이 구체화된 바 없다"고 답했다.
↑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두 마리 토끼 잡는 한전과 포스코=한국전력공사 등 발전 5개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은 지난 2004년을 기준으로 1억4000만톤으로 제조업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

한전 등 전력회사에서 사용되는 석탄은 국내 전체 수입량의 62%다. 이외에도 중유ㆍ액화천연가스(LNG) 등 CO₂와 메탄(CH4), 아산화질소(NOx)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연료가 전력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1월 기존의 '에너지 정책팀'을 '에너지환경정책팀'으로 확대개편해 지구온난화 이슈를 담당하도록 했다.

한전 관계자는 "발전소 열효율이나 송ㆍ배전 과정에서의 전력 손실 방지 수준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만큼 이 부문에서의 효율 향상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로 에너지 절약이나 효율성 제고, 에너지 수요관리를 통해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해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또 지난해 말 국내 5개 전력그룹사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 정리작업을 완료하고 지난 6월 사내 배출권 모의거래를 실시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본사에 에너지전략실을 두고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에 각각 '환경에너지부'를 설치해 지구온난화 대책 강구를 비롯한 환경 사업을 총괄하도록 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철강석을 녹이는 과정에서 쓰이는 석탄 때문에 주로 CO₂가 배출되고 있어 철강 생산량이 많아질 수록 CO₂배출량도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며 "에너지절약 아이디어 공모로 지난해에만 689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등 에너지 효율 개선에 주력 중"이라고 밝혔다.
↑ 지난 16일 포스코는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포스코 제품 1톤을 생산할 때마다 2.13톤의 CO2가 배출된다. 이는 기존 고로 공정과 제선(쇳물 제조) 공정의 온실가스 배출을 확 낮춘 파이넥스 공정 부분이 합쳐진 수치로, 향후 파이넥스 공정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이 수치는 낮아질 전망이다.

한편 포스코는 지난 16일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자회사 포스코파워를 통한 CDM 사업에도 진출,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확보하기 위한 발걸음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잘 대비한 기업에 인센티브 있어야"=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을 위한 투자에 주저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에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이후에는 어떤 형태로든 국제 사회로부터 온실가스 감축 압박을 받을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감축량 설정을 위한 기준년도가 어떻게 될지, 산업계가 감당해야할 부분이 얼마만큼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기업들은 지금 열심히 노력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도 이것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까봐 주저하고 있다.

산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주관하는 '온실가스 등록소' 제도는 지난 2005년부터 조기 대응한 기업들의 실적을 인증하는 장치로서 운영되고 있다. 산자부에 따르면 현재 연간 140만톤 정도의 감축 실적이 등록소에 올라 있다.

박 인 LG화학 환경안전팀장은 "미리 투자하고 온실가스를 줄인 기업의 실적을 정부가 나서서 인정해준다는 데 대해 믿음이 있지만 국제 협상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의무감축기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나서지 않는 기업들이 있지만, 미리 노력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에 차별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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