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전쟁' 시작됐다

신부남 환경부 국제협력관 | 2007.10.23 13:45

[쿨머니칼럼]온실가스 감축노력 빠를수록 유리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의 국무성 회의장에서 가브리엘 독일 환경 장관은 코너튼 미국 백악관 환경위원장에게 미국은 왜 다른 선진국들이 지지하는 구속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배출권거래제를 반대하는지 공박했다.

그는 또 교토의정서의 1차 이행기간이 끝나는 2012년 이후 기후변화 체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많은 국가들은 가브리엘 장관의 발언에 박수를 치면서 지지했다. 얼굴이 붉어진 코너튼 위원장은 미국은 국내적으로 구속적인 감축목표를 정할 것이라는 기존입장을 반복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에 관한 주요국회의'는 세계 온실가스의 90%이상을 배출하고 있는 주요8개국(G-8)등 선진국 10개국과 7개 개발도상국이 참가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2012년 이후 기후변화체제, 2050년 감축목표 설정과 같은 주제가 주로 논의됐다. 미국은 이 회의에 라이스 국무장관 등 6명의 각료를 기조연설, 오ㆍ만찬 연설을 통해 참가시켜 미국 행정부의 지대한 관심을 표시했다.

미국은 올 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고위급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의한 것을 계기로 2012년 이후 기후변화 체제를 논의에 소극적이었던 기존의 입장에서 적극 참여로 입장을 바꿨다.

2005년 기후변화 회의에서 미국 대표가 2012년이후 기후변화체제 논의에 반대한다며 회의 도중 퇴장했던 사실을 상기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러나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기조연설에서 기후변화를 대처 하는데 있어 지속적인 경제성장,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도 함께 고려해야 하며, 기후변화 대처에 경제성장을 희생할 수 밖에 없는 구속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반대한다고 명확히 했다.

그는 또 기후변화 대처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청정기술의 개발을 강조했다.

반면 EU의장국인 포트투갈 대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비용은 세계 GDP 1%이지만 향후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할 경우 경제적 손실이 국내총생산(GDP) 5%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스턴 보고서를 예로 들며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구속적인 감축목표와 탄소거래 시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개도국들은 미국의 비구속적인 온실가스 감축반대는 개도국의 금과옥조인 '공동의 차별된 책임 원칙'과 상반되며 배출권 거래제반대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과 배치돼 미국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2012년 이후 구속적인 목표설정, 협상절차 문제에 있어 수세에 몰린 미국은 향후 협상이 UN 프로세스로 수렴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였다.


또 이번 회의에서 부시 대통령이 개도국의 청정기술 개발을 위한 국제기금 창설을 제안하며 2012년 이후 교토의정서를 대처 할 국제협상에 적극 참가할 예정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올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될 예정인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에서 미국ㆍEU간 치열한 공방은 물론, 역사적 책임과 능력을 들며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계속 회피하려는 중국ㆍ인도 등 개도국 그룹과 주요 사안별로 치열한 합종연횡도 예상된다.

발리 회의에서는 향후 2~3년간 2012년 이후 기후변화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상의 로드맵도 논의될 예정이다. 향후 협상분야, 절차, 시한 등을 규정한 발리 행동계획(Bali Action Plan)이 채택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에 따라 내년부터 감축, 적응, 재정기술, 산림전용 등 분야에서 포괄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GDP(국내총생산) 12위 국가이자 온실가스 배출국 10위 국가로 2012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의무부담을 회피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감축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우리가 선호하는 감축원칙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적절한 시점에 이르렀다.

정부는 우리 산업계가 선진국들과 같이 절대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을 감안해 기존의 총량 감축방식과 다른 유연한 감축방식이 수용되도록 앞으로의 협상에서 노력할 것이다.

또 멕시코 등 우리와 입장이 비슷한 국가들과 공조를 강화해 우리가 선호하는 감축방식에 대한 지지기반을 확대해나갈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제한된 지구환경용량으로 인해 환경규제가 불가피한 국제적인 추세임을 알아야 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0일 '기후변화 경제학입문서'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는 공산주의 몰락이나 인터넷혁명에 맞먹을 정도로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이 세계의 공장인 중국과 인접한 데다 인구밀도도 높아 환경재앙의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뉴욕 월가의 메릴린치 본사에서 탄소배출정보 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가 발표한 세계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12개의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사업기회로 활용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노력은 빠를수록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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