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 인도분은 뉴욕상품거래소(NYMEX) 정규장에서 전날보다 2.37%(2.07달러) 급등한 배럴당 89.47달러로 장을 마쳤다. WTI는 이어 열린 시간외거래에서 배럴당 90.02달러를 기록하며 90달러선을 넘어섰다. 이로써 유가는 최근 1년간 55% 급등했다. 달러가치는 폭락세 그 자체다. 이날 달러/유로 환율은 뉴욕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0.6% 떨어진 1.429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장중 한때 1.4310달러를 기록하며 1.43달러 벽을 넘어섰다. 이로써 달러는 올들어 유로 대비 8.5% 하락했다.
19일 오전 런던시장에서도 유로/달러는 1유로당1.428달러정도 수준에서, 유로/엔은 1유로당 165엔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고유가와 달러약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봉합을 위해 단행된 미국 금리인하가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도 남아있어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금리인하로 무너져 내리는 달러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단이 없어져 버린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터키 정부가 이라크 북부 유전지대에 있는 쿠르드 반군을 소탕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것이란 지정학적 위기감 고조도 유가 급등에 한몫하고 있다.
투기세력과 투자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추가로 내려 미국 경제를 지지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원유 매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실적이 월가 예상을 밑돌았고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가 증가하며 경기둔화와 금리인하 기대가 더욱 높아졌다.
달러 약세는 미달러로 판매되는 유가의 실질가치에 대한 보상심리를 부추겨 명목유가를 더욱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산유국 입장에서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면 유가로 얻은 달러의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달러가치는 최근 3년간 주요통화에 대해 40% 가량 급락했다. WTI 유가는 올들어 달러 기준으로는 46% 상승했지만, 유로 기준으로는 35% 오르는데 그쳤다.
시장은 유가 100달러를 시간문제라는 시각이다. 뉴욕 소재 원유 트레이등 기업인 MF 글로벌의 존 킬더프 부사장은 "달러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유가를 더욱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며 "이미 시장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으로 오를 것으로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켓워치는 유가가 배럴당 105달러를 넘어설 경우 기업실적과 증시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질 물가를 반영할 경우 유가의 사상 최고치는 1970년대 초반 1차 석유위기때다. 당시 유가를 현재 가치로 환산할 경우 배럴당 106~108달러 수준이다.
김경환 김유림기자kennyb@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