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1일로 취임 4주년을 맞았다. 4년간 현실은 가혹했지만 현 회장이 경영자로서의 공력은 그만큼 쌓였다. 그동안 세월은 약이 됐고 운은 현 회장 편이었다. 현대건설 인수, 개성관광 실현 등 난제들이 남아 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현 회장 취임 뒤, 그룹 50% 성장
2003년 현 회장 취임 당시 8조5000억원이던 그룹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12조7000억원을 기록해 약 50% 이상 급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7조6000억원으로 2003년 대비 41% 증가했다. 2003년에는 2600억원의 적자였지만 지난해에는 3050억원의 흑자를 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특히 올해는 현대상선, 현대증권, 현대아산 등 주요 계열사들의 수익성이 하반기 들어 개선되고 있는 추세여서 연초 매출목표 8조5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 주요 계열사의 부채비율은 2003년 286.4%에서 지난해 196.8%까지 낮아졌다. 대외 신인도도 급격히 상승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시장 신용등급은 대부분 2단계 상향 조정됐으며 특히 현대증권과 현대엘리베이터는 A등급으로 올라섰다.
새로운 성장엔진 발굴은 미흡
외견상 현대그룹의 성장세가 현격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 주력 계열사의 업황 호전에 기인한 측면이 크며 현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그룹의 역량을 총 투입해 온 4년 동안 새로운 성장엔진 발굴은 그룹 사정상 여의치 않았다.
이는 현 회장 취임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가 '경영권 지키기'였다는 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이 과제는 현 회장은 올해 들어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우호지분을 47% 이상 끌어 올리면서 간신히 일단락됐다.
이제 공격적으로 성장엔진 찾기에 나설 여건이 마련된 셈이지만 그간의 출혈은 만만치 않았다. 현대건설 인수가 옛 주주의 책임문제로 지지부진해진 데 따른 에너지 소모도 컸고 현대상선의 경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써야 할 재원을 자사주 취득에 쓰는 등 기회비용이 상당했다.
현 회장, 지킬 때가 아니라 키울 때
이런 가운데 성장의 물꼬도 부족하지만 조금씩 트이고 있다. 하나의 계기는 지난해 중단 위기로까지 내몰렸던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이다. 이달초 남북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사업과 백두산 관광 조기 추진'이 합의대로 될 경우 그룹성장의 한 기폭제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대선'이라는 변수로 인해 닫혀 있던 M&A시장이 내년도에 활성화될 것이라는 점 역시 현대그룹에게 하나의 도전이자 기회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확보했던 실탄을 M&A시장에서 어떤 식으로든 사용할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현대그룹은 2010년 매출 20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다. 그리고 현 회장은 올해 들어 "무엇보다도 신성장사업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부쩍 강조해 왔다. 현 회장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듯 시장은 앞으로 현 회장의 '키우는' 역량을 평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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