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활성화, 외채 급증 `부메랑`

머니투데이 이승우 기자 | 2007.10.19 08:10

자산운용사 달러선물 매도가 은행 외화차입 유발

수출업체들의 공격적인 선물환 매도 및 은행들의 차익거래와 더불어 해외펀드의 급증이 단기외채 증가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 안정을 위해 비과세 혜택 등 해외펀드 활성화를 유도했던 외환당국으로서는 외채 급증이라는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게 됐다.

◇ 외채 급증..`선물환 매도→차익거래` + `해외펀드`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채무는 3111억1000만달러로 작년말 2633억8000만달러에 비해 477억3000만달러(15%) 급증했다. 이중 국내은행(외은지점 포함)의 1년 미만 단기 외채는 같은 기간 1136억3000만달러에서 1378억9000만달러로 20% 이상 크게 증가했다.

수출업체들의 공격적인 선물환 매도와 은행의 차익거래 등이 단기외채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자산운용사들의 해외펀드 환헤지 수요가 단기 외채 증가의 또 다른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외 펀드 상품중 100% 헤지한 상품이 늘어나면서 자산운용사의 달러 선물 또는 선물환 시장에서의 매도 헤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는 고객들로부터 유치한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 자산에 투자하게 되는데, 달러로 바꾸는 동시에 향후 환매시 고객들에게 돌려줘야할 원화를 사는(달러를 파는) 계약, 즉 환헤지를 병행하게 된다. 투자와 환매 시점 사이에 발생하는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률 변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자산운용사 해외펀드 상품의 환헤지 비율이 아주 낮았지만 최근 들어 100% 헤지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운용사의 환헤지 증가(달러 선물 또는 선물환 매도)는 결국 수출업체의 선물환매도와 같은 원리로 외채 증가를 불러오게 된다.

자산운용사들이 선물환을 매도하면 은행은 선물환을 매입해야 하고 이 포지션을 중립으로 만들기 위해 현물환 매도를 해야하는데 보유 현물 달러가 부족하면 결국 다른 금융기관이나 해외에서 달러를 빌려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달러 선물의 경우도 자산운용사가 매도를 하면 은행은 매수를 하고 이를 헤지하기 위해 현물환 매도를 하는 똑같은 원리다.

자산운용사의 환헤지 수요 급증은 달러 선물 시장의 급팽창에서 확인된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9월말 현재 달러 선물의 일평균 미결제약정은 33만5146계약으로 작년 9월 12만5421계약에 비해 3배 가량 급증했다. 이중 자산운용사와 은행의 미결제 약정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물사 한 관계자는 "해외 펀드 급증으로 달러 선물 미결제약정이 엄청나게 늘었다"면서 "최근 자산운용사들의 환헤지 도구가 선물 뿐 아니라 은행의 선물환으로도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펀드로 인한 외채 증가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부메랑`으로 돌아온 `해외펀드`

해외펀드 급증으로 인한 외채 급증은 외환당국의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전날(17일) 국정감사에서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외채 급증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05년과 2006년 외환시장 달러 공급 우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의 하나가 비과세를 통한 해외펀드 투자 활성화여서 이같은 당국자들의 우려에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마땅치 않다는 표정들이다. 환율 하락을 막겠다고 내놓은 회심의 대책이 오히려 반대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펀드 증가로 인한 헤지 증가(선물·선물환 매도)가 이론적으로는 환율을 끌어내리지는 않는다. 달러 선물환 시장에서 달러를 파는 것과 동시에 현물환시장에서 달러를 사게 돼 있어 결국 환율에는 중립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외환시장의 여건상 수출업체들의 선물환 매도와 합세하게 될 자산운용사의 선물환 매도, 이로 인한 외채 증가 때문에 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이(스왑 마진)의 재차 왜곡되고 이것이 결국 현물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해외 펀드 투자를 활성화를 통해 달러를 해외에 내보내겠다던 계획이 부메랑이 돼 돌아와 국내 외환시장의 불균형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환율 하락을 막겠다고 내놓은 해외 펀드 투자 활성화 대책이 외채를 증가시켜 서울 외환시장의 우려를 더 키우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외펀드 투자로 인한 외채 증가는 단순하게 외채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이 동시에 증가하는 것이어서 단순 외채 증가와 달리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신사 해외 펀드와 관련된 헤지로 인한 외채 증가는 헤지 구조상 나타난 현상으로 외채 증가만큼 자산도 동시에 늘어나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단기외채가 급증했다는 사실만으로 경제위기론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