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국제유가, 증시 강력한 복병으로

정은수 교보투자신탁운용 운용본부장(CIO) | 2007.10.18 07:56
최근 고유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서브텍사스 중질유(WTI)는 배럴당 87.61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수요에 근거하고 있지만 달러화 약세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 소식에 국내외증시는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미 다우지수가 14,000선 밑으로 하락했고 국내 코스피지수도 2000선이 붕괴됐다. 주식시장에서는 고유가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석유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경제는 국제유가 상승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데, 국제유가 상승은 직접적으로 국내무역수지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킨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9월 수입물가가 전월비 3.1% 상승해 국내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증대시키고 있지만, 아직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경제에 뚜렷이 악영향을 주지는 않고 있다.

과거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이는 국내경제의 산업구조의 변화와 해외경제의 호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경제의 산업구조는 2000년 이후 석유소비가 큰 중화학공업의 비중이 축소된 반면 석유소비가 적은 정보통신산업의 비중이 커졌다. 이에 따라 원유에 대한 중간재투입이 2000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또한 수출호조가 국제유가 악영향을 상쇄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고유가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좀 더 커질 것 같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경우 현 국제유가는 1980년 2차 오일쇼크를 불러왔던 수준에 와있다. 특히, 동절기를 맞아 미국의 난방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터키와 이라크간의 무력충돌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어 국제유가 안정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국제유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경우 대외수출과 내수소비에 악영향을 미쳐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고, 기업들의 실적도 악화될 것이다. 유가안정과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으면, 코스피지수 2000선 안착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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