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상품트레이더 "금값"...부작용 우려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7.10.18 06:34

상품시장 랠리, '모시기'경쟁..."본전 뽑자" 리스크 확대

원유 금 곡물 금속 등 상품 가격이 급등하고 거래가 증가하면서 월가가 상품트레이더 모시기 경쟁에 나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로 인한 감원과 구조조정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상품트레이더 채용 규모는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월가 고용 동향 전문기업인 옵션스 그룹에 따르면 월가의 투자은행과 증권사들은 올해 450명의 상품트레이더를 신규로 채용했다. 이는 지난해 월가 증권업계 전체의 채용규모 1만3100명에 비하면 3.4%에 불과한 것이지만 상품트레이더만으로는 지난해보다 33% 증가한 것이라고 불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상품 트레이더들의 숫자가 워낙 적기 때문에 헤드헌팅 업체들은 기업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최근 해고된 모기지 채권 영업전문가들에게까지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 분야에서 실직한 월가 전문가들이 상품 트레이더로 변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월가의 트레이더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월가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상품트레이더들의 몸값은 금값으로 치솟고 있다.


◇ 서브프라임 구조조정 불구, 상품 부서는 급팽창

JP모간은 최근 도이치 뱅크 출신 포스트 스미스를 미국 전력·가스담당 팀장으로 영입하고 골드만삭스 출신 유류 트레이더 앤드류 해리슨을 스카우트 하는 등 상품 트레이딩 부서에 45명을 추가 고용, 인원을 170명으로 늘렸다.
이달초 모기지 사업부문에서 850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한 리만 브라더스도 최근 상품트레이딩 부서를 200명으로 늘렸다.

역시 이달초 주택 모기지 관련 부서 및 지원부서 인력의 25%, 600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힌 모간 스탠리는 지난 7월이후 지금까지 50명 가량의 상품 분야 인력을 새로 채용, 이 분야 인력을 320명으로 확대했다.

미국계 뿐 아니라 유럽계도 마찬가지.
도이치뱅크는 메릴린치로부터 데이비드 실버트를 스카우트, 상품부서장으로 앉히는 등 올들어서만 관련부서 인원을 두배로 늘렸다. BNP파리바는 올해 40명을 충원하고 향후 4년간 60명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로 이달초 1500명 정리해고 방침을 발표한 유럽 최대은행 UBS 역시 최근 2년간 신규고용과 부서이동을 통해 상품부서 인력을 60% 늘리는 등
세계 금융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상품 트레이더 인력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상품분야 선두를 지켜온 골드만 삭스와 모간스탠리로부터 시장을 잠식하려 시도하고 있는 크레디 스위스, UBS, 리만브라더스의 상품분야 인력충원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와 주택시장 불황으로 인해 월가에서 구조조정된 인원은 23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JP모간의 상품부문 국제팀장 블라이드 매스터스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상품분야에는 딴 세상 이야기"라며 "이 분야 고용은 사상 유례없이 급속도로 팽창되고 있다"고 말했다.

◇ 상품 트레이딩 규모·수익급증...트레이더 연봉도 껑충

세계 톱10 증권사들이 상품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매출은 올들어 전년대비 20% 늘어난 150억달러에 달했다. 국제유가는 올해들어서만 44% 상승하며 이미 배럴당 88달러를 넘어선 상태이다. 소맥가격은 65% 상승해 부셸당 8.285달러를, 대두 역시 46% 오른 부셸당 9.9675달러를 기록하는등 상품 시장 랠리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증시는 최근 호황에도 불구하고 S&P 지수가 연초대비 8.5% 상승하는데 그쳤으며 주요 금융관련주들은 오히려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상품부문의 거래규모와 수익이 늘면서 상품트레이더 출신들의 승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메릴린치의 상품부문 책임자 였던 데이비드 소보트카가 이달초 채권 외환 상품 총괄 책임자로 승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모간스탠리 역시 2년전 에너지 전문 트레이더 출신 닐 쉬어에게 채권 외환 부문 총괄업무까지 맡겼다.
2년전 트레이더 출신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이 전통적으로 기업금융(IB)출신이 장악해온 월가에서, 그것도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CEO자리를 맡은 사실이 이같은 변화를 예고했다고 할수 있다.

이들에 대한 보수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모간스탠리의 닐 쉬어가 받는 연봉은 회사에서 두번째로 많은 3500만달러(310억원)로, 상사인 조 크루즈 공동대표의 300만달러보다 50만달러가 더 많다.
헤드헌팅 업체들에 따르면 투자은행의 1급 트레이더가 받는 연봉은 1000만달러 수준으로 5년전에 비해 5배가 올랐다.

◇ '본전 뽑자" 리스크 확대...대규모손실·인력확충 후유증 우려

월가 기업들은 상품트레이더들에게서 몸값을 뽑아내기 위해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모간 스탠리의 경우 지난분기중 상품트레이딩에 부여된 하루 '허용손실한도(Value at Risk)'를 이전의 300만달러에서 3600만달러로 12배나 늘렸다. 리만 브라더스도 상품트레이딩 손실한도를 외환거래보다 더 많은 800만달러로 100만달러 늘렸다.
이같은 손실한도 확대가 금융기관의 리스크 증대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상품 시장 경기가 막바지에 도달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의 인력 급팽창에 따른 부작용도 머지 않았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금융컨설팅 회사 그리니치 어소시에이츠의 프랭크 핀스트라는 "시장 열기가 시들해지면 누군가 책임지는 사람이 나올 것이고, 상품트레이딩 분야에 그 많은 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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