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50평이면 아파트도 50평쯤 줘야죠"

머니투데이 이재경 기자 | 2007.10.24 16:30

[머니위크][인터뷰]김선동 기자촌 주민위원회 위원장

"지난 33년간 주민들의 덕으로 먹고 살았으니, 이제는 주민을 위해서 일 좀 해보려고요." 김선동 기자촌 주민위원회 위원장(사진)은 의외로 자신의 일을 이렇듯 소박하게 풀어냈다.

그는 기자촌 한 켠에서 여주상회를 운영하고 있다. 오랫동안 주민들이 자신의 상점을 이용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는 것이다. 여주상회 앞에는 컨테이너를 들여놓고 주민위원회 사무실을 마련했다.

그동안 시위도 많이 했고 고생도 많았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보상가격에 관한 입소문에 불안한 밤을 보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적정한 보상가격을 받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보였다. "대체로 들려오는 이야기는 3-2지구의 보상가격에 준해서 정해질 것이라는 겁니다. 결국 평당 700만원대라는 건데 이렇게 보상받아서는 은평뉴타운의 30평형 아파트를 겨우 살 수 있어요. 더 큰 문제는 완공되기까지 나가서 살 집을 마련하기도 빠듯하다는 거죠."

그가 제시하는 근거는 기자촌의 조성환경 및 한양주택의 보상가격이다. 일단 기자촌의 집들은 평균적으로 50평 정도의 대지면적을 갖고 있다. 아파트도 50평 정도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3-1지구에 위치한 한양주택은 은평뉴타운 중에서 보상을 가장 잘 받은 곳이다. 평균적으로 평당 990만원 선이었다. 한양주택은 통일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위치해 위치가 좋았다. 또 구획정리도 잘 돼 있었다.

김 위원장은 "은평뉴타운 지역 가운데 한양주택과 기자촌이 도시구획정리가 가장 잘 된 곳"이라며 "기자촌의 환경은 그 어디보다 못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주변시세가 크게 오른 만큼 보상가격을 현실화하라는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2지구로 입주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완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그때까지 나가 살 집을 구할 비용은 마련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역설했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 중인 SH공사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

SH공사의 보상팀 관계자는 "보상협의를 앞당기는 것은 다른 지역보다 기자촌 주민들을 더 배려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기자촌 주민들을 위해 보상절차를 서두르고 있다"며 "물건조사가 70% 밖에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상협의를 시작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전매제한 때문이다. 12월 1일부터는 전매제한에 묶이게 되기 때문에 11월 중에 보상협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보상가 2000~3000만원을 더 받겠다고 전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을 포기하느냐 좀더 버티다가 보상가를 조금 더 받고 전매제한에 묶일 것이냐는 주민들이 선택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SH공사는 지난 16일 보상협의 통지 안내문을 일괄 발송했다. 만약 보상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상정되고, 이 결과에도 불복하면 건설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 올라가게 된다. 다시 불복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만약 보상협의에 응하고 자진 이주하게 되면 다음 달 중으로 이주대책 대상으로 확정된다. 입주할 지구는 다음 달 선정받을 수 있으며, 월말에는 입주하는 동과 호수를 추첨을 통해 결정한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일정을 급하게 잡아서 주민들이 꼼짝 못하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SH공사의 일정을 따르지 않으면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하라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금 기자촌에는 530여 가구가 살고 있으며, 물건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집은 190가구 정도다. 개별적으로 보상협의가 시작되는 만큼 주민들 개개인들에게 선택권은 넘어갔다. 외롭고 힘든 힘겨루기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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