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가 기업 성장에 보약"

이경숙, 황국상 기자 | 2007.10.17 10:40

[기후가 기업을 바꾼다]<3-1>에너지신기술로 변신하는 기업들

편집자주 | 기후변화 시대의 기업에 '기후는 기회'다. 소비시장엔 온난화를 염려하는 친환경 소비자군이, 투자시장엔 기업의 단기이익보다는 이익의 지속가능성을 보는 투자자군이 부상하고 있다. 시장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일부 대기업들은 벌써 기후에서 기회를 잡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탄소정보공개, 포스트교토 등 달라지고 있는 기업 환경과 그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은 기업들의 사례를 5회에 걸쳐 전한다.

국제유가 배럴당 86달러. 나날이 강화되는 온실가스 감축 압력. 에너지난과 규제 강화는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야 말까?

아니다. 일부 기업들은 온난화, 고유가 추세 속에서 새로운 사업기회, 신성장동력을 찾아내고 있다. 몇몇 기업은 이미 100억~2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관령의 98MW급 풍력발전단지(위)와
지난 4월부터 본격적 발전에 들어간
문경SP태양광발전소(아래). ⓒ유니슨, LGCNS
◇풍력발전사로 변신성공한 유니슨= 1984년 플랜트 기업이었던 유니슨이 2000년 풍력발전회사로 거듭나 성장에 성공한 것은 유명한 사례다.

경북 영덕과 강원도, 제주특별자치도에 각각 자회사를 설립한 유니슨은 2005년 4월 경북 영덕 창포리 일대에 39.6MW(메가와트) 규모의 영덕풍력발전단지를 건설했다. 지난해 9월에는 98MW급 강원풍력단지를 완공, 총 7만여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유니슨은 또 지방자치단체, 축산 농가와 함께 축산 분뇨를 이용한 바이오매스 발전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 6년여 만에 유니슨은 플랜트 전문 업체에서 국내 굴지의 신재생에너지 전문업체로 거듭난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강원풍력발전에서만도 1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간 5MW 정도의 태양광 발전 모듈 생산공정을 갖춘 올해엔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 추가로 1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니슨의 한 관계자는 "본사 사업부와 영업부문 총 230명 중 4분의 1이 넘는 60명이 신재생에너지사업본부 소속이며 생산 부문까지 합하면 유니슨 전체 인력의 절반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STX엔진, 친환경 플랜트 매출 1100억원 목표= 최근 STX엔진은 엔진에서 플랜트로, 그중에서도 친환경 플랜트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디젤엔진 전문업체 STX엔진이 지구온난화에서 찾은 사업기회는 크게 두가지. 첫째는 풍력,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발전사업이다. 둘째는 화력발전소, 열병합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황산화합물 혹은 질소화합물을 줄여 대기오염을 최소화시키는 탈황ㆍ탈질 설비다.

이미 제주 등 3곳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한 STX엔진은 지난해 풍력발전에서 50억여원, 탈황 설비 부문에서 150억여원의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엔 풍력발전에서 800억여원, 탈황 설비쪽에서 300억여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한다.

STX엔진 플랜트사업본부의 한 간부는 "엔진시장은 규모 자체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는 고정시장"이라며 "현재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플랜트 매출을 2015년까지 33%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TX엔진은 오는 2015년까지 엔진 부문을 제외한 대체에너지 플랜트, 태양광 풍력 탈황 등 플랜트에서만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IT업체로 태양광 플랜트 진출한 LG CNS= IT서비스 전문업체인 LG CNS는 대체에너지 발전소 사업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았다.

LG CNS는 이미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지난해 200억여원의 매출을 냈으며 올해엔 400억~5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LG CNS 사업의 특징은 지역자치단체, 자산운용사 등 다른 기업 혹은 기관들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데에 있다.

지난 4월부터 본격적 발전에 들어간 2.2메가와트(MW) 규모의 '문경SP태양광발전소'가 그러한 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이 발전소 건립에는 IT시스템구축 전문회사인 LG CNS와 민간 태양광발전사업자인 SP에너지, 에너지펀드 운용사인 굿앤리치자산운용이 참여했다.


LG CNS는 경북 영주 지역에선 현대와이즈자산운용와, 전북 고창 일대에선 KB자산운용과 함께 태양광 발전소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엔 충남 태안군과 종합에너지특구 개발사업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여기엔 2012년까지 5200억원이 투입돼 1841만㎡ (약 557만평) 부지에 화력, 조력, 태양광, 풍력, 지열, 바이오디젤을 망라한 에너지 복합단지로 조성된다.

시스템업체가 태양광 사업을 하는 데 대해 LG CNS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IT시스템 구축, 유지사업이 발생될 전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대규모 토목, 건설, 플랜트 사업이 아니어서 시장 진입이 용이하고, 또 프로젝트 형태로 사업이 발주되므로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 뛰어난 LG CNS가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기업들도 속속 '왓컴' 진출=업종별 대표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5년 8월, 울산에 연간 15만장(30MW급) 규모의 태양광 모듈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현대중공업의 태양광 사업은 실적이 가시화되는 단계에 들어갔다. 지난해엔 스페인에 총 6000만달러, 우리돈 550억여원 상당의 태양광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충북 음성군 소이공업단지 내에 30MW급 충북 음성에 태양광발전설비와 태양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있다.

철강금속업종의 포스코는 16일 고효율, 친환경 발전시스템인 '발전용 연료전지' 생산공장에 착공했다.

포스코는 발전자회사인 포스코파워를 통해 2010년까지 약 12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00MW(메가와트)의 발전용 연료전지를 양산할 계획이다. 사업성과가 가시화될 시점인 2012년께 연료전지로 인한 매출액은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포스코는 기대한다.

전기전자업종의 삼성전자는 지난 8월 LCD 총괄 석준형 차세대연구소장 산하에 광에너지랩을 만들고 태양 에너지 연구와 사업화를 탐색하고 있다.

◇"경험은 나의 힘", 상사들의 신사업 진출= 삼성물산LG상사는 대규모 플랜트, 자원개발 경험을 살려 각각 태양광 사업,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물산은 지난 7월 그리스에 자본금 1억2000여만원을 투자해 태양광발전업체 '솔레스코(SOLECO S.A.)'를 설립했다. 그리스의 일조량이 풍부하다고 본 것이다. 국내에선 진도에서 태양광발전소를 건립하고 있다.

LG상사는 지난 3월 LG필립스LCD와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사업에 대한 업무제휴를 맺었다. 온실가스 배출시설을 보유하지 않은 대기업으로는 첫 진출 사례다.

두 회사는 LG필립스LCD의 경기 파주공장, 경북 구미공장에 온실가스 저감시설을 건설해 내년 하반기부터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육불화황 등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에 나설 계획이다.

업종을 뛰어넘어 온난화 관련 사업에 진출한 기업도 있다. 51년 전통의 대한제당은 대한제당 종합연구소를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과 바이오 연료 분야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환경기술은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꿈이 있는 사업"이라며 "기존 사업과 시너지 확보, 기존 시장의 한계 돌파, 그룹의 포트폴리오 전략 차원에서 기존기업의 신규 진출은 의미 있는 전환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이 분야는 시작단계"라며 "기업, 투자자들이 IT붐, 바이오붐 때 그랬듯 단기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좀더 장기적 전략 가지고 구체적인 수익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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