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 이율배반, 말로는 '경고' 등급은 '상향'

머니투데이 김동희 기자 | 2007.10.17 09:13
건설·캐피탈, 부동산PF 확대에 자본적정성 우려 표명
작년 하반기 후 20개 캐피탈사중 13곳 신용등급 상향
일부 기업 신용등급과 회사채 금리 괴리 심각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건설사나 카드ㆍ캐피탈사 등의 자본적적성에 대해 계속해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정작 신용등급을 매길 때는 상향조정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건설사나 여신전문 금융회사 뿐 아니라 일부 대기업의 경우 높은 신용등급에도 불구하고 회사채시장에서는 1년 가까이 그보다 훨씬 낮은 등급의 채권들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등 신용평가와 회사채 시장의 괴리도 심각한 현실이다.

특히 국내 평가사들의 이같은 오류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마찬가지로 신용평가사가 위기를 막기는 커녕 위기의 촉매가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장의 벤치마크가 돼야 할 기업 신용등급이 해당 업종에 대한 신용분석과 괴리가 심해지면서 신용평가사의 공신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들어 국내 공모 채권 발행을 주도하고 있는 캐피탈사와 카드사,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대표적 사례.

최근 신평사들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확대한 캐피탈사의 재무건전성에 경고를 보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7월 낸 보고서에서 일부 캐피탈사의 자본적정성이 거시경제 변수, 특히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게 변동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정보도 9월 보고서에서 부동산 PF 대출을 확대한 할부ㆍ리스사들의 자산건전성 저하 가능성 등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증가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이 하향된 기업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상위 20개의 캐피탈사 가운데 13개 회사의 기업어음과 회사채 신용등급이 한 단계 이상씩 올랐다.

건설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시행사의 대지급약정을 이행하지 않아 신용등급이 하향된 대주건설이 대표적인 경우.


회사채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PF 지급보증 등 건설사의 우발 채무 등을 우려해 재무상황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BBB-'이상 건설업체중 등급이 떨어진 기업은 거의 없다.

금호산업의 경우 대우건설 인수 영향으로 등급이 하향조정됐지만 부동산PF 이슈와는 거리가 멀었고 최근 등급이 되돌려지고 있다.

신평사들은 부동산 PF시장에 대해 경고를 하면서도 부동산 경기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로 등급을 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대주건설의 대지급 거절 사태가 터지자 신평사들은 신용등급을 일제히 두 단계 이상 하향 조정, 전형적인 '뒷북 평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업의 경영이나 재무상황에 우호적인 여건이 주어지면 여지없이 등급 상향이 이뤄지는 반면 등급 하향은 실제 사건이 터지지 않는 이상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신평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신평사의 분석능력과 공신력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석능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기업의 등급평정도 등급 상향보다는 하향했을 때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어 최대한 신중하게 조정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벤치마크가 돼야할 신평사의 신용등급은 이미 회사채 시장의 신용 스프레드와 분리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사채 투자 기관들도 투자결정에 있어 신평사와 발행사의 입장을 감안해 신용등급을 재평가하는 이중작업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은행 회사채 투자 담당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국제 신용평가사에 제기된 신용평가 해저드에 대한 비판에서 국내 신평사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발행사와 신용평가기관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신평사의 신용등급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하면 투자에 불편함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투자계정 채권 담당자도 "신평사의 신용등급만을 보고 투자에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체적인 심사능력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제약이 존재하겠지만 신평사들도 보다 정확한 등급 책정과 전망에 나설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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