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위험을 즐기는 한국인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7.10.16 08:37

美 1만4000이탈 vs 中 6000돌파…투자자 선택은?

"1980년대에는 일본만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 1990년대부터 미국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만을 바라보다가 중국에 시선을 두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어색함이 있을 것입니다."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상무(리서치센터장)의 말이다. 최근 들어 중국 증시를 투자에 참고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아직까지 많은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를 바라본다.

뉴욕 다우지수가 5일 1만4000을 넘은 지 7거래일만에 1만4000에서 이탈했다. 씨티그룹의 실적 악화에 반올림해서 90달러가 돼 버린 국제유가가 투자심리를 약화시켰다. 반면 전날 중국 상하이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6000을 넘어섰다. 누구말대로 중국 사람이 좋아하는 숫자인 '8'을 볼 요량이다.

하나대투증권은 미국 증시에 대해 모순을 지적했다.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구급약을 투여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반갑게 여기는 것이 석연치 않다는 의견이다. 투자은행의 실적이 좋지 않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 흐름이 나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고유가 수혜주인 정유사의 실적이 좋지 않다고 발표되는 것도 이상하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를 바라보면서 같이 일희일비하고 있으니 어딘가 석연찮다"고 말했다. 사실 이성적인 증시라면 주가는 하락해야 하지만 뉴욕 증시는 근근히 유지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고평가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다양한 지표로 중국의 밸류에이션을 점검했다. 결론부터 요약하면 "예전보다 고평가 부담은 분명 존재하지만 강한 이익 성장세를 감안하면 중국은 더 오를 수 있다"다.

경제규모 대비 자본시장 규모를 측정하기 위해 '시가총액÷GDP 비율'이 사용된다. 한국은 약 1.3배, 미국이 1.4배, 캐나다가 1.3배이고 중국은 2005년말 0.2배 수준에서 현재 1배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경제 성장 속도보다 증시 상승속도가 가파른 것.


두번째는 주가수익배율(PER). PER만큼 중국의 고평가를 설명하는 지표는 없다. 9월말 기준 중국 상하이증시의 PER는 지난해 실적 기준 57배, 올해 기준 38배, 내년 기준으로 30배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시장 평균 PER가 15배 수준임을 감안하면 성장에 대한 프리미엄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익성장률을 고려한 지표인 주가수익성장비율(PEG)로는 중국이 과열권이라 말할 수 없다. IT버블 당시 미국 S&P500는 PEG 1배 수준에서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다 2배이상으로 치솟으면서 거품이 붕괴됐다. 하지만 중국의 PEG는 이제 1배 수준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중국은 낮은 수준이다. 중국의 PEG가 1.2배지만 미국(1.3배), 브라질(1.5배), 러시아(1.8배), 일본(2.2배)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박 연구원은 "팍스 아메리카나로 대변되는 미국의 패권이 팍스 시니카로 대변되는 중국의 패권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중국증시에 대해 '상식을 버려라'고 나서고 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현재 장세는 버블을 인정하고 버블자체를 즐겨야 하는 장세로 보인다"며 "위험을 알고 있지만 그 위험마저도 감수해야 하는 장세"라고 말했다.

ING자산운용의 '투자자 심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투자자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투자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고위험' 투자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굿모닝신한증권이 1~8일 5거래일 동안 조사한 결과, 중국펀드는 2조35억의 자금이 몰렸고 해외주식형펀드 증가액은 1조9827억원에 그쳤다. 다른 해외펀드에서 돈을 빼 중국펀드에 쏟아부었다는 의미다.

중국 관련 대표주인 포스코가 실적을 발표한다. 고위험을 즐기는 한국인이 꼭 체크해야 할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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