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시장 예측은 '자기 무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 2007.10.16 12:08

민주영의 펀드투자학

 주식시장이 2000을 돌파하자 개인투자자들은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과연 지수 2000을 돌파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할지 아니면 다시 2000 이하로 하락할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계속 상승한다면 지금이라도 더 투자할 것이고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빨리 이익을 실현할 텐데 말이다.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투자는 항상 어려운 문제인 셈이다.

하지만 동굴 안에서 밖을 보면 세상은 동그란 입구 모양으로만 보일 것이다. 엎드려서 보나 일어서서 보나 동굴 안에서 보는 세상은 별반 달라질 수 없다. 동굴에서 벗어날 때라야 비로서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이를 '동굴(洞窟)의 우상'이라고 지적했다. 동굴 속에 갇힌 투자자들의 시각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투자에 대한 갖고 있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투자에 대해 볼 수 있는 모습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정확한 시점을 노려 단기 매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를 것 같으면 빨리 샀다가 떨어질 때 빨리 팔고 나와야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 속에서 투자를 대하다 보니 매매 타이밍 잡기에 열중하게 되고 시장 예측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좋은 투자 타이밍을 잡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과거 수 년 동안의 주가 흐름을 분석하기도 한다. 심지어 여성의 치마 길이나 별의 움직임까지 동원되기도 했다. 그러나 매매 타이밍의 전문가라던 사람들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 사례는 수없이 많다. 한두 번 예측이 맞아 추앙을 받다가도 결국 어긋나면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이다. 항상 맞히는 사람은 결코 없다. 또 매매 타이밍을 잡는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는 데도 이 역시 책의 저자들이 자신의 방법으로 직접 돈을 벌었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다. 이보다는 책을 팔아 돈을 번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이런 '투자의 동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투자에 대해 이제와는 다른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연 잠깐 잠깐 해서 돈을 버는 방법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투자란 백과사전에 따르면 '장차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위해 현재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다소 부족하다. 투자의 본질적인 의미를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돈이 자신을 위해 일하도록 투입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과는 다른 방법이다.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서 직업을 갖고 일을 해야 한다고 배운다. 우리들 모두 실제로 그렇게 한다. 따라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돈을 더 벌기 위해 몸이 두 개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방법 대신 돈이 스스로 일을 하게끔 만드는 방법이 있다. 우리가 자신의 생업에 충실하거나 혹은 야외로 놀러가거나 잠을 자거나 신문을 읽는 사이에도 어디선가 계속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런 방법이 바로 주식이나 채권 혹은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방법을 위한 투자 수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투자수단을 고르는 것에 있지 않다. 결국 우리의 목표는 추가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돈이 항상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돈을 놀리지 않고 일하도록 만드는 것, 이는 비록 간단한 생각이지만 우리가 이해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이러한 본질적인 투자의 개념을 이해한다면 무엇보다도 투자 수단의 가격 하락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우리 시대 최고의 투자가인 워렌 버핏은 주식을 평생 보유한다고 가정한다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식료품 가격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즉 사람은 평생 식료품을 살 것이기 때문에 식료품 가격이 내리면 좋아하고 반대로 식료품 가격이 오르는 것을 싫어한다. 마찬가지로 투자를 평생 한다는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보유량을 늘릴 절호의 찬스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주식을 비쌀 때 사서 쌀 때 판다. 이는 자꾸 시장을 예측해서 더 높은 성과를 얻으려는 욕심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피터린치는 미국에서 마젤란펀드를 운용하며 높은 수익률을 올린 전설적인 펀드매니저다. 그가 올린 높은 수익률을 고려한다면 그의 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모두 큰 돈을 벌었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마젤란펀드에 투자했던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의 투자자들이 왜 손해를 보았을까? 이는 수익률이 좋았을 때 돈을 넣었다가 수익률이 하락하면 돈을 빼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좋을 때 투자하고 수익률이 나쁠 때 환매하는 것이다. 비단 마젤란펀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던 윌리엄 샤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마켓 타이밍으로 단지 매수 후 장기보유하는 것과 비슷한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시장이 부진한 82%의 시기를 정확히 알아맞혀야 한다. 가만히 가지고만 있어도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많은 사람들은 굳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려는 것이다.

 

짧은 수익률 상승기를 놓쳤을 때 겪게 되는 손실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일 현재 국내 대표적인 한 주식펀드의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은 총 778%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239%였다. (그림1) 총 운용일 1599일 가운데 가장 상승률이 높았던 10일간 투자하지 않았다면 수익률은 557%를 떨어진다. 단지 열흘 투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려 221.9%가 사라진 것이다. 상승률이 높았던 20일간을 놓치면 절반 이하인 363%로 하락하며 한 달을 놓치면 3분의 1 정도인 266%에 불과하게 된다. 휴일을 제외한 4년여의 기간 중 불과 며칠 안 되는 상승기의 짧은 기간을 놓친 것치고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결국 단기적으로 주가가 언제 상승하거나 떨어질지 예측해서 투자하려는 마켓 타이밍 전략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며 항상 투자하고 있어야 주가가 오르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함부로 예측하지 말고 항상 시장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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