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성'의 주술에서 풀려나라

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 2007.10.16 12:12

편집자주 | 투자자는 '확실한 손해'는 선택하지 못한다. 같은 돈인데도 마음속에서는 다르게 생각하는, 정신적 회계 때문이다.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이러한 심리적인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겨울이 되어 날씨가 추워져 옷장에 보관하던 오버코트를 꺼내 입었다. 그런데 1만원짜리 지폐 한 장이 오버코트의 호주머니 속에서 발견되었다고 하자. 당신이라면 어떤기분이 들까? 당연히 기쁘다. `공돈’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공돈이 아니다. 비록 되찾은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돈 1만원이나 지금 당신의 지갑 속에 있는 1만원이나 똑같이 당신의 돈이었다. 하지만 그 돈을 쓰면 별로 아깝지 않다. 마음속으로 지갑의 1만원과 오버코트에서 발견한 1만원을 서로 `다른 구좌’에 옮겨놓고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학문적인 용어로 `정신적 회계(mental accounting)'라고 한다. 똑같은 가치를 가지는 돈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 따로따로 계산하는 일을 말한다. 심리학자들은 정신적 회계 개념을 증명하기 위하여 재미있는 실험을 하였다.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다. 그리고 첫 번째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우선 2만원씩을 나누어준다. 그리고 추가로 (1)그냥 1만원을 더 받거나, (2)동전을 던져 맞히면 추가로 2만원을 더 받지만, 틀리면 하나도 받지 못하는 내기 중에서 하나를 택하도록 하였다. 그랬더니 70%의 사람들은 (1)번의 그냥 1만원을 추가로 받는 것을 택하였다.
 
두 번째의 그룹에게는 다른 선택이 주어졌다. 그들에게는 일단 4만원씩이 주어진다. 그리고는 (1)1만원을 도로 내놓고 가거나, (2)동전을 던져 맞히면 돈을 하나도 잃지 않되, 만일 틀리면 2만원을 잃는 내기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놀랍게도 과반수가 넘는 사람들이 (2)번 내기를 택하였다.

사실 두 그룹의 사람들의 선택은 모두 확률이 같고, 또한 기대되는 돈의 액수도 같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엄청나게 달랐다.


첫 번째 그룹은 이미 2만원을 확보한 상태에서 추가로 `확실한’ 1만원을 택하는 반면, 두 번째 그룹은 이미 4만원을 손에 넣은 상태이므로 그걸 지키기 위하여 `만약 틀리면 2만원을 손해 볼 수도 있는’ 내기를 감행한다는 점이 다르다. 결국 사람들은 `확실한 수익’은 흔쾌하게 선택하지만 `확실한 손해’는 흔쾌하게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는 주식투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수익이 나고 있다고 하자. 현재의 주가 수준에서 그 주식을 팔아버리면 `확실한’수익을 보게 된다.

물론 조금만 있으면 주가가 더 올라 수익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때 주식을 팔아서 확실한 수익을 챙기는 쪽을 택하게 된다. 사람들이 한참 잘 오르고 있는 주식을 왜 재빨리 팔아버리는지, 그리고 성급하게 주식을 팔아버려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기회를 왜 스스로 차버리는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대의 경우,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 손실이 나고 있다고 하자. 현재의 주가 수준에서 그 주식을 팔아버리면 `확실한’ 손해를 보게 된다. 아무리 손실 규모가 미미하다고 할지라도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로는 확실한 손해를 선택할 수는 없다. 기다리면 수익으로도 돌아설 가능성이 약간이라도 있다면 사람들은 무모하게도 불확실한 위험을선택한다.

결국 손해가 나고 있는 주식을 팔지 못하고 계속 보유하고, 그러다보니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버린다. 투자자는 `확실한 손해’는 선택하지 못한다. 같은 돈인데도 마음속에서는 다르게 생각하는, 정신적 회계 때문이다.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이러한 심리적인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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