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의 '승인'과 孫·李의 패인은?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7.10.15 17:35

조직력 따른 초반 기선 제압이 판세 갈라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은 정동영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예상됐던 결과라지만 시계를 한달 남짓 전으로만 돌리면 오히려 '이변'에 가까운 결과다.

경선 레이스가 시작됐던 8월말. 대세는 손학규 후보였다. 정 후보의 가능성도 없진 않았지만 극히 낮았다. 오히려 이해찬 후보를 꼽는 쪽이 우세했을 정도.

정 후보는 그러나 그런 판세를 뒤엎었다. 그렇다면 정 후보 승리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또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한 채 손 후보와 이 후보가 무릎을 꿇은 이유는 뭘까.

◇鄭, 준비된 조직+기선 제압 = 정 후보의 승리를 조직력의 승리라고 평한다. 반대편에선 '조직 동원'이란 꼬리표를 붙인다.

여하튼 그의 조직력에 의문을 다는 이는 없다. 집권당 의장을 두 차례 거치면서 만든 토대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사당화했다"는 친노 진영의 비판도 역으로 보면 그만큼 조직을 관리해 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2002년 경선 완주의 경험도 무시 못할 자산이 됐다. 지역순회 방식 국민 경선에 맞는 조직을 갖췄다는 얘기다.

지지조직이자 팬클럽인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 등 자발적 조직도 힘이 됐다. 다른 후보들도 팬클럽이나 지지 조직을 갖고 있지만 충성도나 열성도에서 다소 밀렸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지역기반(호남)은 장점이자 단점. 이번 경선에선 범여권의 '적자'로 인식될 수 있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와함께 초기 기선 제압으로 경선의 주도권을 쥔 것도 승인으로 꼽힌다. 상대방을 공격하기보다 '개성 동영' 등 자기 색깔을 나타낼 여유가 있었다는 것.

◇孫, 준비 안 된 조직+페이스 상실 = 손 후보의 패인은 정 후보의 승인과 정반대다. 조직은 허술했고 초반 기선 제압을 당한 뒤 방향을 잃은 채 끌려 다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첫 지역 경선지에서 근소하나마 2위로 밀리면서 '대세론'이 흔들린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이후 '손학규다운' 그 어떤 것도 제시하지 못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안이한 인식. 출발은 '대세론'이었다.

이에 취해 본선 경쟁력만 강조하다보니 정작 챙겨야할 범여권 지지자들을 놓친 꼴이 됐다. 본선 경쟁력을 강조한 "효자론", 광주 관련 구설 등은 한나라당 이력에 의문을 품고 있던 범여권 지지자를 향해 행한 치명적 실수였다.

한 의원은 "초기 본선경쟁력만 강조하면서 범여권 지지자들을 이해시키지 못한 결과 비노(非盧) 성향의 유권자들을 놓쳤다"고 말했다.

대세론에 취한 채 조직 선거에 대비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친노 진영의 조직에 신경을 쓰다보니 정 후보의 조직 동원력을 간과한 게 패인으로 꼽힌다. 복잡한 캠프 구성도 전투력을 반감시켰다. '측근+시민사회+열린우리당 출신 의원' 등의 복잡한 내부 구조는 중요한 길목에서 적합한 결단을 내리는 데 부적합했다.

◇李, 늦은 스타트+우왕좌왕 = 이 후보의 패인은 손 후보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차이가 있다. 비슷한 점은 기선을 빼앗겼다는 것. 다만 손 후보는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페이스를 잃었지만 이 후보의 경우 늦은 출발이 발목을 잡았다.

여타 후보에 비해 뒤늦게 던진 출사표, 정 후보와 손 후보가 만든 신당에의 합류 등 모든 게 늦었다. 매머드급 선대위를 구성 등 '조직력'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았지만 이 힘이 '동원력'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도 '시간' 탓이 컸다.

게다가 유시민, 한명숙 등 전국적 지지도를 가진 후보들과의 단일화는 시너지 대신 명실상부한 선대위의 출발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사분란한 조직으로 한창 전투에 임할 시점, 선대위간 인수합병(M&A)은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다.

정 후보를 겨냥한 불법 선거 의혹 제기 과정에서도 '후보 사퇴' 주장과 '정치적 공세'라는 해석이 캠프 내에서 함께 나왔을 정도. 그런 가운데 이 후보의 최대 강점인 '정책 역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것도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신당 한 관계자는 "정책 대 정책, 능력 대 능력으로 붙었다면 전혀 밀리지 않았을텐데 이 후보측이 그런 구도를 만들지 못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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