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 물'의 재앙… 8000만명 신음

방글라데시=희망대장정팀,서울=이경숙 기자 | 2007.10.16 10:49

[젊은 아시아, 빈곤을 넘어]<2-1>마실 자유도 없는 방글라데시

편집자주 | 2달러, 우리돈으로 약 1800원. 이 돈으로 아시아 인구 중 9억명이 하루를 삽니다. 21세기 이후 아시아 경제성장률은 연 평균6.3%로 다른 지역의 2배에 가깝습니다. 아시아는 과연 빈곤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아 김이경, 윤여정, 주세운 등 세 젊은이로 구성된 '희망대장정'팀이 지난 9월, 아시아 최빈국의 빈곤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80일 동안 이어질 이들의 희망대장정을 머니투데이가 전해드립니다.

↑방글라데시 생수병
'Free from Arsenic(비소 없음).' 우리가 방글라데시에서 구입한 생수통에는 모두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비소는 독극물 중 하나다. 그렇다면 생수 이외의 물에는 독극물이 들어 있다는 뜻일까? 방글라데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방글라데시와 인도 서벵갈 지역은에선 인구 1억2000만명 중 3500만명이 50ppb(parts per billion) 이상의 비소를 함유하는 지하수를 음용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해 비소오염에 노출됐다. 이중 250만명 이상이 피부흑색증, 피부암 등 심각한 비소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다.

민간단체인 방글라데시 농촌진흥위원회(BRAC)의 무하마드 자카리야씨는 방글라데시인 8000만 명이 만성 비소중독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보고한다. 국민 3분의 2에 해당하는 숫자다.

'인류 최대의 독살사건', '비소 대재앙'이라고도 불리는 이 문제의 진상을 보기 위해 우리는 9월 25일, 방글라데시 시민단체 'NGO포럼'의 마닉 사하(Manik Saha)프로젝트 매니저와 함께 산틴갈(Santingar)마을을 찾아갔다.

산틴갈은 지평선 사이로 구름, 햇살, 호수, 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이 곳에서 NGO포럼은 비소가 함유된 물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수기를 설치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또, 마을 위원회를 조직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정기적으로 수질 검사, 위생교육을 벌이도록 지원한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3시간
떨어진 산틴갈 마을 근처
호수에서 놀던 한 아이.

우리가 탄 차가 멈춰 서자, 30~40명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내가 이렇게 주목을 받아 본 적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마을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외국인을 흔하게 보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마을에 들어서니 빨간 색 페인트칠을 한 펌프가 눈에 띄었다. 마을위원인 마수마아타(19)씨는 "비소 농도가 높은 물이 나오는 펌프"라고 했다. 우리는 그의 도움을 받아 도움을 받아 마을 펌프에서 얻은 물과 정수한 물의 비소 농도를 비교했다.

국제기구가 정한 안전한 비소 농도 기준은 10ppb 이하이지만, 마을물의 비소 농도는 무려 300~400ppb를 가리켰다. 반면 정수기를 거친 물은 비소 성분이 '0'에 가까웠다. 마수마아따씨는 "비소는 물을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하지만 필터로 정수시키면 보시는 것처럼 거의 완전히 걸러진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6개월 전 정수기를 설치한 따슬리마(25)씨의 집에 찾아갔다. 그는 마을위원회 회의에서 물에 비소가 많이 들어 있어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수기를 설치했다.

"5살 난 우리 아이가 설사를 자주 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마을위원회 얘기를 듣고 필터를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아이가 설사로 힘들어 하지 않게 되었어요."

이 정수기의 초기 설치비용은 3000타카, 우리돈 4만여원이다. 가난한 가정은 유니세프의 후원을 받아 기존 가격의 20%인 600타카, 약 8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정수기 필터 비용이 만만치 않다. 1~2년에 한 번 정수기 필터를 교체하는 데에 1500다카, 2만여원을 지불해야 한다.

따슬리마씨는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필터 교체 비용이 많이 부담스럽다"며 "그래서 하루에 2다카씩 은행에 저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NGO포럼은 40가구, 약 300명의 마을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동 마을 정수기'를 6개 마을에 설치했다. 초기비용인 30만 타카, 403만여원은 유니세프에서 후원했다. 필터 교체 비용인 1만 타카는 마을 사람들이 부담할 예정이다.


한 아이가 물을 긷고 있다. ">↑유니세프가 초기 비용(30만 다카)을
지원한 산틴갈 마을 공동 정수기에서
한 아이가 물을 긷고 있다.
사하 매니저는 "필터만으로 비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근본적인 해결점을 찾아야 하는데 비용 문제와 연구의 불충분으로 아직까지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비소 중독에 걸리기 시작된 건 산업화 이후다. 산업화로 더러워진 지표수를 마시기 어려워자 깨끗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물을 파서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왜 방글라데시의 물이 비소에 오염됐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과학자는 빙하에서 녹은 물이 방글라데시로 흘러들다가 자연 비소에 오염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비소 중독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캠브리지대학 라벤스크로프트 박사팀은 지난 8월, 전 세계적으로 70개국 이상에서 1억4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비소 섞인 물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3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 물포럼에서 세계 물 이사회의 루아크 포숑 위원장은 “물 부족과 낮은 수질로 인해 죽는 사망자 수가 전쟁으로 죽는 사망자 수보다 10배나 많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전 세계 148개국은 “각국 정부는 안전한 식수를 얻기 위한 방법을 개선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에서 비소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건 비영리기구, 비정부기구들인 것으로 보였다. 2001년, 산틴갈 지역정부는 지하수에서 기준치 이상의 비소를 발견한 후 NGO포럼에 이 일의 해결을 위임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원인의 근본적 해결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오히려 정부는 사회 문제 해결을 지연시켰다. 부정부패 탓이었다.

사하 매니저는 " 방글라데시의 재정 중 절반 이상이 해외 원조로 이루어지는데, 원조자금이 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시키는 단계까지 오지 못하고 중간에 사라져버린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난 1월11일 군부의 지원을 받는 과도정부가 출범한 이후 부패정치인을 체포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면서 더 나은 나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데에서 희망을 찾고 있었다.

우리가 방글라데시에서 본 '빈곤'은 단순히 배불리 먹지 못하는 것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즉 깨끗한 물, 깨끗한 집, 보건위생을 보장 받지 못하는 상태 역시 빈곤이었다.

↑방글라데시 산틴갈 마을의 한 펌프. 비소 농도가 높은 펌프엔 빨간 페인트 칠을 해놓고 식수 외의 용도 즉 빨래, 청소에 사용한다.


◇희망대장정팀은?
△김이경(22, 한양대 경제금융 04학번, ODA와치 단원, 한국공정무역연합 자원활동가)
△윤여정(22, 아주대 경영 04학번, 지구촌대학생연합회 전 회장,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기획단)
△주세운(22, 서울대 지구환경공학 04학번, 서울대 CSR연구회, 한국공정무역연합 자원활동가)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4. 4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
  5. 5 "주가 미지근? 지금 사두면 올라요"…증권가 '콕' 집은 종목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