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금융硏 금산분리 사수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7.10.14 08:27

이동걸 원장 이어 연구원 보고서 '완화반대' 강도높게 주장

"주인없는 은행들이 계속 부실해지고, 외국자본이 세계적인 은행자본인데도 계속 문제가 발생하며, 재벌계열 금융회사들이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발돋움 해가고, 재벌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그때 가서 은산(은행과 산업자본)분리 완화문제를 다시 고민해 봐도 늦지 않다"

금융연구원이 이번엔 금산분리(금융·산업자본의 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보수적인 금융연구원 보고서가 맞나?' 할 정도로 논지가 확실하고 직설적이다. 지난 7월 취임한 이동걸 원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산분리 완화 불가론'을 설파하고 있다. 이쯤되면 금융연구원이 금산분리 사수의 총대를 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규제 완화는 필요한가'라는 보고서에서 금산분리를 완화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효율적 자원배분과 상시적 기업구조조정을 하는 주체인 은행을 그 대상인 산업자본이 소유하거나 지배하게 되면 효율적 자원배분이 저해돼 자원이 낭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소유한 은행이 그 기업이나 경쟁기업 또는 잠재적 경쟁자인 수많은 기업에 대한 대출시 제대로 된 사전 심사나 사후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은 또 "주로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하는 은행을 소유 경영하는 사람은 제조업체를 소유·경영하는 사람보다 안정 경영을 추구하는 성향이 훨씬 더 높아야 한다"며 "산업자본은 일반적으로 높은 위험을 부담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특징이 있어 이들이 은행을 소유·경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불공정경쟁도 이유로 들었다. 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한 기업과의 경쟁에서 근본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돼 공정경쟁에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은 "은행은 수많은 기업에 대출을 해주면서 기업정보를 얻게 되므로 정보의 집중처라고 할 수 있다"며 "기업이 소유한 은행은 그 기업의 자금조달의 원천이고 적대적 M&A 위협이 있을 때 백기사가 돼줄 수도 있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산업자본이 소유한 은행은 보유자산을 계열기업을 위해 운용함으로써 지배대주주와 소액주주·고객 간 이해상충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와 같이 금융회사를 매개로 한 계열기업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집단이 존재하는 경우 이러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 크
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감독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미국도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은행을 지배하는 회사는 은행이 아닌 회사 주식을 신규 취득할 수 없고 설립 2년 후에는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이외의 회사 지분 소유도 금지된다"며 "은행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 이외의 업무 영위도 금지된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 대기업집단이 세계적인 기업을 많이 만들어 냈으니 은행을 인
수하면 분명히 세계적인 은행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주장도 논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집단은 증권회사나 보험사 등 금융회사를 이미 가지고 있지만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지 못했다"며 "증권회사나 보험회사는 잘 경영하지 못했지만 은행은 다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외국자본에 우리나라 은행이 넘어가는 것이 우려스럽다면 주인을 찾아주자 않고도 효율적으로 은행을 경영하는 방안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꼭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고 싶다면 △산업자본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 금융자본의 은행 인수나 △기존의 재벌들이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해 금융그룹과 일반기업그룹으로 그룹내 기업들을 분할한 후 그 중 금융그룹이 은행을 인수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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