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은 님도 보고 뽕도 보는 것"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07.10.11 20:30

노무현 대통령 기자간담회 종합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 "통일 때문에 필요 없는 투자를 하는 거냐 아니면 '샌드위치 위기'를 부드럽게 극복하고 한 번의 도약의 기회를 만들자는 의미도 함께 있는 거 아닌가"라며 "(경협은) 님만 보자는게 아니고 분명히 뽕도 따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녹지원에서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베트남 투자는 투자고 북한 투자는 통일비용인가. (대북 투자도)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독일의 통일을 봤고 1990년대에는 흡수통일 얘기가 있어서 통일비용을 걱정했고 재정 당국자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통일비용을 내세우는데 급작스런 통일비용은 없다"고 선언했다.

또 "(북한에) 꾸준히 투자하고 이익이 많이 생길 때 그 때는 통일에 성큼 다가선 시기고 그 때는 통일비용이 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국가연합, 연방제 통일일 때는 더욱 (통일비용이) 안 든다. 독일식 통일방식으로 가지 않는다고는 이미 남북간에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북한이 붕괴하겠나"라며 "이미 (북한의) 고난의 시기는 지나갔다. 이번에 가서도 느꼈지만 북한은 만만치 않은 나라다. 여간해서 쓰러지지도 굴복하지도 않겠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 때문에 변화가 느리지 않을까 우려도 되지만 그것 때문에 통일비용은 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경협 비용, 감당할만한 수준이면 할 일은 해야"
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제협력에 드는 비용과 관련, "이번 합의에서 예측하는 수준에서 볼 때 국민의 감당을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감당할 범위 안이라면 비용이 많다, 적다 하는 것보다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기업의 투자와 정부 지원을 분리하지 않고 수십조원의 비용이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이번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면 기업 투자까지 다 합해 수십조원 투자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건 걱정할 일이 아니고 대성공이라고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 남북협력기금 예산이 1.3조로 전체 세수 199조원의 1%가 안 된다"며 "남북관계 발전이 본격화되면 1% 정도는 무리한 부담이 아닌 것으로 본다"며 "조세부담율이 20%인데 20%의 1%로 국내총생산(GDP)의 1%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성까지 철도 연결은 우리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것"이라며 "개성공단 2단계가 되면 물류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그 문제는 철도 없이 해결을 못한다. 평양까지만 해도 지금 해운 물류비와 비교해보면 남북교류한다면 뒤로 늦출 수 없는 사항이다"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따라서 이번에 이뤄진 남북 경협사업이 "모두 우리 필요와 직접 맞닿아 있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시기보다 북한의 건설이 늦을 것, 즉 (우리) 수요보다 (북한) 공급이 늦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정 부담이 되는 보건의료와 농업협력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기업적 방식으로는 어려운 것"이라며 "(비용이) 어느 규모인지는 남북이 합의해야 하지만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은 타도의 대상 아닌 동반자"
노 대통령은 아울러 "북한에 대한 인식을 우리가 근본적으로 우리가 한번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북한을) 타도할 수 있나. 우리가 승리할 대상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북한은) 밉거나 곱거나 같이 갈 수밖에 없는 동반자"라며 "옳을 때는 같이 가고 그를 때는 같이 안 가고 또 말이 통할 때는 같이 가고 말이 안 통할 때는 같이 안가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그런 처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걸 인정하지 않으면 '왜 북쪽에 가서 이것도 안 받아왔냐' 얼마든지 그럴 수 있지만 우리가 숙명적인 관계를 피할 수 없는 것이고 그러므로 끊임없이 설득해 나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런데 신뢰 없이 설득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신뢰라는 것은 결국 참는 것이다. 할 말도 좀 참고 하기 싫은 일도 좀 하고 이렇게 하면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싸움이 날말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하는 것은 뒤로 미루고, 쉬운 것부터 먼저 풀어나가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 "국정상황 꿰뚫어..권력자다웠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는 "놀라웠던 것이 (김 위원장이) 국정상황을 소상히 꿰뚫고 있었다"며 "나도 국정 구석구석을 상당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저 정도면 기억하기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김 위원장이) 구석구석 소상히 꿰뚫고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자기들 체제에 대한 분명한 소신을 갖고 있었고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으며 '된다, 안 된다, 좋다, 안 좋다'는 의사표현이 분명해 그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 권력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북한 전체에 대한 인상에 대해서는 "제3세계 여러 나라, 국민소득 500~1000달러인 나라에서 보는 모습과 평양의 모습은 많이 달랐다"며 "지식, 기술, 국민적 열정이랄까, 자세랄까, 부지런한 자세, 의욕, 그런 것을 총체적으로 포함한 국민적 역량이 상당했다. 발전전략만 잘 채택하면 빠른 속도의 발전이 가능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정일 위원장 이외의 다른 지도층의 경직성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지는 점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김정일 위원장 '핵 가질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관련해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때 "우리는 핵을 가질 의사가 없다.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이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이 "우리는 6자회담에 성실히 임할 것이다. 미국의 태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도 성의가 보이는 것 같다. 우리는 6자회담을 꼭 성공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6자회담 진전에 대해 서로 긍정적인 덕담이 오고 갔다. '6자회담이 잘 진전돼서 기쁘다' 이런 덕담으로 시작해서 핵 얘기가 나왔는데 김 위원장이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2007 남북 정상 선언'에서 핵 폐기에 대해 분명한 문구가 들어가지 않고 "남과 북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만 들어가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정상 선언 문구를 다듬는 과정에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재확인하는 표현을 넣을 것이냐 논란이 있었는데 9.19 공동선언에 이 내용이 다 들어 있다"며 "북쪽은 핵 문제에 한국이 끼는데 대해 전체적으로, 심정적으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았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선언문에서 북핵에 대한) 문장이 짧다고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는 얘기는 (선언문) 문장에 담긴 내용을 충분히 안 본 견해거나 흠을 잡을게 너무 없어서 그거라도 얘기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평화협상 전에 종전선언 하는게 맞다고 봤다"
노 대통령은 '2007 남북 정상 선언'에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회담이 포함된데 대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부시 대통령과도 얘기하고 후진타오 주석과도 서로 합의를 했다고 설명하니 '그거 나도 관심 있습니다. 그거 한번 추진해 봅시다'라고 말했다"며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는) 간단히 그렇게 끝났다"고 설명했다.

또 "북측은 그 동안 우리는 (종전선언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입장이었고 (평양 방문 첫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남쪽은 거기에 해당이 없다'고 말했다"며 "김정일 위원장이 (정상회담 때 종전선언에) 김 위원장이 관심이 있다고 할 때 문서로 굳혀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다음 대통령도 계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협상에 바로 들어가기엔 빠른 것 같고 선언을 하고 가는게 맞지 않겠냐 그렇게 얘기를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정전협정 맺어져 있는데 정전협정을 법정으로 대체하는 것이 평화협정"이라며 "평화협정의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종전선언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종전선언은 평화체제를 위한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들을 빨리 갈수 있도록 추동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위한 4자 정상회담의 시기와 관련, "6자회담 진전과 이행에 따라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며 "하지만 아주 늦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 이 합의가 6자회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6자회담이 진전되면 또 종전선언이 빨라질 수 있고 6자회담을 촉진하는 상호작용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빨리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내 희망은 (종전선언을) 임기안에 하고 싶지만 희망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종전선언을) 누가 하면 어떻냐"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 차기 정부서 합의 이행 문제 언급 안해"
노 대통령은 "정상간의 대화를 진행할 때 합의에 대해서 누가 이행할거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며 "(김 위원장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저를 상대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야박하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정말 관심이 없었는지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의 이행은 차기 정부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선택도 국민의 의지를 거역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이행의 속도와 폭, 깊이는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역사발전과 순리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다시 한번 "누구도 이행을 거부하진 못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정상회담에 임했고 순리라는 믿음이 없었다면 정상회담을 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차기정부에서도 합의가) 이행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NLL 영토선 아니다"
노 대통령은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 "우리 헌법상 북쪽 땅도 우리 영토"라며 "그 영토 안에 줄을 그어놓고 그걸 '영토선'이라고 주장하고 '영토주권을 지키라'고 자꾸 얘기하면 헷갈린다"고 말해 NLL이 영토선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우리한테 유리하든 불리하든 객관적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며 "이것이 남북간에 합의한 분계선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이 사실을 전제로 해서 이 문제는 앞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NLL 문제는 북쪽과) 많이 다투어서 우리한테 유리할 것 없는 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거기서 할 일은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협력할 것만 하는 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우리가 NLL 위에 덮어서 새로운 그림을 그려서 쓰면 되는 것이고 그 협력질서가 무너지거나 없어지면 NLL은 되살아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개성공단도 마찬가지"라며 "개성공단 하고 했다고 군사분계선이 없어졌나. 지워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쪽에는 분계선이 특수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나. 분계선은 살아 있으되 이미 실용적 의미로 그 분계선 의미는 많이 희석되거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개성 지역에는 군사분계선이 동서로 있는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끊겨서 도로 있는 곳에 와서는 다리처럼 가버리고 군사분계선이 사실은 없어져 버린 것"이라며 "우리 군사분계선이 다른 나라의 국경선과는 다른데 개성은 군사분계선이 일종의 국경선 같은 성격으로 바뀌지 않았나"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남쪽에서 NLL이 희석될까 겁내는데 그 NLL 때문에 남ㅂ구 협력 경제를 전혀 하지 말라는 얘기 아닌가"라며 "그러면 해주공단도 못하고 거기에 선박이 내왕도 못하게 하는게 맞는가. 선박이 내왕하더라도 NLL은 없어지지 않고 그냥 묻혀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北에 왔으니 본전 찾고 가자' 해서 아리랑 공연 박수 쳤다"
노 대통령은 방북 기간 중 아리랑 공연을 관람할 때 자신이 박수를 치게 된 경위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저는 (아리랑) 내용에 대해 별 관심도 없이 '내용이 뭐든 그냥 보자'는 생각이었다"며 "막상 실무팀이 제 생각과 관계없이 '내용을 좀 수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수정하지 말라고 손목을 잡는 것도 이상해서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하는 대로 따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막상 가보니까 민감한 내용이 많이 줄었거나 달라졌다는 평가였다"며 "근데 마지막에 민감한 것이 하나 있었다. (공연) 마지막에 모두가 일어서서 박수치는 순간인데, 우리만 달랑 앉아 있을거냐 아마 그런 고민이었던 모양"이라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그래서 참모들이) 의논해 보고하기를 '서되 박수는 안 친다'고 해서 '무슨 소리요. 그거 가서 전부 박수치는 것으로 해. 뭐 그걸 가지고..'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수행했던 각료들이 가만 보기에 아무래도 안되겠던지 '서기는 서되 박수 안치는 걸로 합시다' 하고 다시 왔다. 그래서 '나 혼자만 치면 되는거지' 그렇게 하고 나갔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나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북쪽의 인심을 얻어야 되냐, 남쪽의 인심을 얻어야 되냐. 우리 여론의 인심을 얻어야 되냐, 북쪽의 호감을 사야 되냐. 내가 여기까지 온 걸음이 얼마나 어려운 걸음인데 와서 마지막까지 하나라도 본전 찾고 가자면 북쪽의 호감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박수쳤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옆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한 권양숙 여사가 박수를 치지 않은 배경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 사람(권양숙 여사)이 '나는 어떻게 하나' 그러는데 그때 '부부는 일심동체니까 같이 칩시다' 이러면 되는데 (좀 전에) '나는 뭐 치지'라고 했는데 그게 난지 우린지 구분이 안된다. 그래서 나와 우리는 다르다고 생각해 `당신은 치지 마시오'라고 했더니 안쳤다"고 설명했다.

또 "그런데 현장에서 수 만개의 눈동자가 우리를 집중적으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박수 안치는 사람이 얼마나 민망했던지 안절부절 못했던 모양"이라며 "근데 이 사람이 마음이 약하다. 그래서 들어오면서 '이 사람들한테 인심 다 잃었다'며 저한테 불평을 엄청하더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사람 하는 얘기가 '나는 북쪽에 오면 매맞게 생겼고, 당신은 남쪽에 내려가면 매맞게 생겼으니까, 이제 우린 북에 가도 욕먹고 남에 가도 욕먹게 됐다'고 얘길 하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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