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토론회는 시작부터 파행으로 얼룩졌다. 노사 대표의 인삿말에 이어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인삿말을 하는 과정에서 이랜드와 코스콤, 기륭전자 등 비정규직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사업장의 비정규직연대 회원 30여명이 이 장관을 에워쌌다.
이들은 이 장관의 면전에서 "현대판 노예제도 비정규직법을 박살내자", "비정규직법 즉각 철폐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쳐댔다. 이 장관은 잠시 말을 멈춘뒤 계속 진행하려고 했으나 비정규직들의 목소리에 묻혔다.
이 장관은 "여러분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분의 태도는 온당하지 않습니다"고 일갈한뒤 겨우 인삿말을 마쳤다.
그러나 이 장관의 호통에 흥분한 비정규직들이 자리로 돌아가려는 이 장관을 막아서면서 사태는 더 커졌다. 이 장관을 보호하려는 진행요원들과 항의하는 비정규직들과 몸싸움이 빚어지고, 토론회 참석자와 비정규직들 사이에 욕설과 막말이 오가는 등 토론회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해버렸다.
결국 경찰까지 출동했으나 비정규직연대 회원들이 몸으로 저항하면서 이 장관은 토론회장 뒷편 비좁은 공간에 1시간 이상 갇히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토론회장이 연좌농성장으로 변하면서 토론회는 무산됐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사정이 딱하기는 하지만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보자는 자리마저 깽판을 놔서야 어떤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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