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동화가 있는 경제이야기

김형진 기자 | 2007.10.12 12:05
 일상에 찌든 중년의 직장인(기자)이 오만 사막의 바닷가에서 미소년을 만난다. 소금이 많은 별나라에서 온 그에게 붙여진 이름은 '소금별 왕자'. 왠지 모를 인력에 이끌린 둘은 1년간 우정을 나누지만 왕자는 결국 가슴속 휑한 바람만 남기고 떠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떠오른다고? 하지만 '경제는 착하지 않다'(프린스미디어 펴냄)는 '엉뚱하게도' 이재(理財)를 다룬 책이다. 중앙일보에서 20년 이상 경제전문기자로 활약한 저자는 "쉽게 읽히는 경제 책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스토리텔링식 경제서적을 발간했다.

 경제지식을 바라고 지구를 찾은 왕자가 경제전문기자의 도움으로 자본주의 원리를 깨우친다는 발상이 독특하다.

이론 얘기부터 하면 경제는 '분명' 착하지 않다. 저자는 경제를 "욕심과 이기심의 두 바퀴로 구르는 수레"라고 정의한다. 일찍이 국부론이 간파했듯 비즈니스 현실에서 도덕 운운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고기를 잡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논리를 연장하면 악덕 상혼을 욕하는 목소리나 아파트 투기를 향한 손가락질은 '반시장적'이다. 투자 리스크가 크면 이익을 남기려는 욕구 또한 강렬하다. '반값의 손해'를 수용할 바보가 없음을 안다면 반값 아파트나 반값 골프장의 논리가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도 금세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구태여 '어린왕자' 분위기의 캐릭터를 끌어들인 걸 보면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경제는 과연 기회비용을 칼같이 따지면서 한계효용에 맞춰 '인간 계산기'처럼 살라고만 권고하는가? 세상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 그리고 백짓장처럼 고운 마음…. 글을 이끄는 저자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착하지 않은' 경제 이면에 '악하지 않은' 경제가 읽힌다.

 책에서 "선물을 주면 마음도 전달된다"고 믿는 왕자는 다시 자기 별로 향하며 책 한권을 선물로 전한다. 제목은 '소라게들의 사랑'. 그리고는 마지막 멘트를 날린다.
"마음만 있으면 다시 만나는거야." 만남과 이별의 구별이 무의미하듯 경제는 착하지도 않고 악하지도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사랑의 마음'을 어디로, 어떻게 품느냐가 아닐까.

경제는 착하지 않다/심상복 지음/프린스미디어 펴냄/296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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