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박현주의 인재론

머니투데이 유승호 부장 | 2007.10.11 12:01

자격증 많은 응시자에 감점...남 뛰어넘는 소수관점 중시

미래에셋이 신입 사원을 채용하면서 자격증이 많은 응시자들에게 감점을 줬다고 한다. 박현주 회장의 지시였다는 후문이다. '쯩'이라도 내세워 보려고 새벽 학원가를 드나들던 취업희망자들에게 다소 당혹스런 소식일 수 있겠다.

주식시장에서 미래에셋의 투자 방식을 유심히 지켜봤다면 그 이유를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다. 미래에셋의 투자 방식이 인재 선발에도 적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선 미래에셋이 주식을 샀다 하면 주가가 오른다는 '미래에셋 효과'가 화두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래에셋이 매입한 종목에는 추종매매가 이어져 주가가 더욱 오른다. 미래에셋이 15조원을 굴리는 돈의 힘으로 주가를 좌지우지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현대중공업 주식도 미래에셋이 샀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가가 4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현대중공업 주식을 최근에 사들인 게 아니다. 주가가 7만원대 머물러 있던 3년여전에 이미 샀다고 한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적자상태였다. 현대중공업이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발생한 손실 때문이었고 그에 비해 성장성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 착안, 사들였다는 얘기다.

미래에셋 성공신화의 출발점인 다음커뮤니케이션 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은 다음커뮤니케이션에 24억원을 투자해 12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오늘날 미래에셋그룹을 끌어가는 주력사인 미래에셋증권사를 설립하는 종잣돈이 됐다. 이처럼 대박이 터진 다음커뮤니케이션 투자 당시에도 미래에셋 내부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고 한다. '미래에셋 효과'를 노려 추종매매하는 투자는 정작 미래에셋 투자방식과는 정반대이다.


이런 투자방식을 보면 미래에셋이 자격증 많은 응시자에게 감점을 주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자격증이라는 것이 단순 지식을 암기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도록 강요한다. 자칫 틀에 박힌 생각에 정체되거나 '쯩'을 믿고 게을러지거나 더 좋은 자리없나 옆눈질을 하게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따놔야 하지 않을까'하는 보험심리가 주식 투자에는 독약이 되기가 쉽다.

박현주 회장은 '소수의 관점'을 주문한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관점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져야 하고 그 헛점을 찾아내야 한다. 대세론을 넘어서려면 두 배, 세 배의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최근 주가지수는 10% 이상 올랐는데 개미투자자들은 '5%만 까먹었어도 선방'했다는 말이 나온다.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자 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밥이 되고 있다.

주식시장도 취업시장도 전문가 시장으로 바뀌었다. 남들 하는 대로 했다가는 일자리도 투자수익도 얻기 어려워졌다. 국민소득 2만달러, 주가지수 2000시대를 맞아 먹고살기는 더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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