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에이치엔티의 오비이락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 2007.10.11 11:56
'오비이락(烏飛梨落)'. 아무 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 다른 일과 때가 일치해 부당한 혐의를 받는다는 말이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때 이 말을 많이 인용한다.

최근 태양광 테마로 코스닥의 기린아로 떠오른 에이치앤티 정국교 사장도 10일 이 말을 했다. 최근 고점에서 수백억원대 회사 주식을 매각했다는 의혹에 대해 "며칠전 회사 홈페이지에 주식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의도적 고점 매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 정 사장은 5일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적절한 시기에 주식을 장내외에서 일부 매각할 수 있다고 밝힌 후, 7~8일 이틀에 걸쳐 주식을 장내에서 팔았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정 사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지분 매각 시기와 방법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다. 정 사장의 지분매각은 홈페이지에서 매각 가능성을 언급한지 불과 이틀만에 이뤄졌다. 더구나 장외나 시간외 거래도 아니고,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장중이었다. 정 사장 지분 외에 전무와 상무의 지분까지 판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정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상한가에 대거 물량을 내놓은 8일, 에이치앤티 주가는 상한가에서 하한가까지 순식간에 30%가 빠지기도 했다. 경영진의 대규모 매도 물량이 가져온 단기 폭락이었다. 태양광 사업을 햇님처럼 믿고 추격매수에 나선 투자자중 일부는 하루만에 원금의 30%를 잃었을 수 있다.


물론 대주주나 경영진도 사정에 따라 회사 주식을 팔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이 회사 정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란 점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도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매매라도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태양광 테마 덕에 에이치앤티는 시가총액 1조원을 훌쩍 넘으며 시총 10위 안에 드는 기업이 됐다. 오비이락의 핑계를 생각하기 전 '참외밭에서는 신발을 고쳐신지 않고,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지 않는다'는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의 고사를 생각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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