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銀 행장 전격교체 왜?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7.10.10 16:20

'실적부진+노사관계 악화' 책임 물은듯

SC제일은행 출범과 함께 키를 잡았던 존 필메리디스 행장이 10일 갑작스레 교체됐다. 그동안 부진한 실적과 매끄럽지 못한 노사관계 등 여러 악재에도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그가 이처럼 물러나게 된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부진한 실적 '문책' = 금융권에서는 최근 SC제일은행의 부진한 실적과 장기화되고 있는 노사갈등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책임을 물은 '문책성' 인사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경질'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SCB는 이듬해 3월 유상증자를 통해 576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외국인 대주주가 국내 기업을 헐값에 인수한 뒤 무상감자나 상식을 뛰어넘는 고배당을 통해 자본 회수에 열을 올렸던 행태와 대조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지만 1년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SC제일은행의 실적이 그다지 개선되지 못하자 결국 '최고경영진 교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SCB가 제일은행을 인수한 해인 2005년 57조3852억원였던 SC제일은행의 총 자산은 2006년 56조8258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올해 상반기 56조2356억원으로 뒷걸음질을 계속했다.

또 당기순이익은 2004년 1199억원에서 2005년 653억원으로 급감했고, 2006년에도 1545억원에 그치는 등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는 경쟁 은행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다.

실적이 이렇다보니 생산성도 하락할 수 밖에 없었다. 올 상반기 직원 1인당 예수금과 대출금은 각각 74억원, 71억원. 이는 16개 은행의 평균인 81억원, 78억원을 모두 밑도는 최하위 수준이다. 1영업점당 예수금과 대출금도 각각 936억원과 897억원으로, 업계 평균인 1013억원과 973억원에 못미쳤다.

◆"조직은 아직도 통합중" = 조직통합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기존 제일은행 출신들은 SCB의 글로벌 본부에서 파견한 직원들이 요직을 차지한데 '소외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한 직원은 "외국인 경영진이 국내 직원들을 믿지 않는 것 같다"며 "기존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단기계약 외국인 임원 또는 전문계약직 영입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은행의 정책이 개인성과 중심의 단기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소외감이 커졌으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치 않았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 문제는 최근 노사갈등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SC제일은행 노조는 5개월째 본점 로비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은행이 '클러스터 매니저'(CM)제도라는 생소한 관리제도를 도입해 CM이 영업점 직원들에 대한 성과 및 인사평가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 화근이 됐다. 노조는 이것이 한국적 영업현실에 안맞는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꼭 필요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입장이어서 접점을 찾기 어려운 국면이다.

◆'행장은 허수아비?' = SC제일은행 내부에서는 이번 행장 인사를 대체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SCB 경영진이 출범 2년을 갓 넘긴 SC제일은행에 대해 '양호하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2년6개월동안 행장직을 수행하며 '한국적 정서'를 이해하게 된 필 메리디스 행장이 최근 SCB그룹과 마찰을 빚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행장직을 사임하게 됐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SC제일은행 노조 관계자는 "메리디스 행장 본인 스스로 현재 은행의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는 것은 노조도 인정한다"며 "그러나 그룹 측에서 행장의 생각만큼 의견을 받아들여주지 않자 그가 한계를 느끼고 자리에 더 미련을 갖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행장이 전권을 가져야 조직의 잘못을 고칠 수 있다"며 "일각에서는 이번 교체를 경질성으로 평가하지만 사실은 (그룹으로부터) 충분한 권한을 위임받지 못한 메리디스 행장이 사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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