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시대-①] 증시 '빅뱅'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10.10 11:43

각국 증시 연일 사상최고치… 서브프라임 사태로 시기 당겨져

편집자주 |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아시아가 급부상하고 있다. 국제 자본이 아시아로 몰리면서 아시아 각국증시가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 시대의 쌍두마차인 친디아가 생산기지에서 소비기지로 변하는 등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연초 ‘아시아 빅뱅’ 기획으로 아시아 시대의 도래를 예견했던 머니투데이는 ‘아시아 시대’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1, 아시아 증시 빅뱅, 2, 친디아 생산에서 소비로 3, M&A 패권 구미에서 아시아로

중국을 내세운 아시아 증시가 연일 사상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올들어서만 중국증시는 113% 올랐다. 압도적인 1위다. 버블 우려가 무색하다. 불을 뿜는 중국 증시는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서는 이른바 '아시아 시대'의 예상보다 빠른 출현을 대변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성장엔진 미국이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로 가라앉는 사이 친디아(중국+인도) 등 고속 성장국가와 한국 대만 싱가포르 그리고 중동의 석유 부국들을 둔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성큼 성큼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거대 다국적기업들은 이제 중국시장을 빼고 '성장'을 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중국 매출로 인해 순익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힘의 균형이 빠르게 아시아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시대, 서브프라임 사태로 성큼
적어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가능할 것이라던 아시아 시대는 2007년 상반기를 지나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단적으로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 유명 외신들의 헤드라인은 아시아 뉴스 비중이 부쩍 커졌다.

아시아 시대가 빨라진 직접적인 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였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집값 하락과 늘어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줄지어 파산을 선언하는 위기가 닥쳤고 이는 신용경색이라는 이름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9·11 테러 이후 장기간 높은 수익을 내던 유명펀드들 조차 8월 한달만에 20% 안팎의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단적으로 골드막삭스를 대표했던 '글로벌알파' 펀드는 한달간 22.5%의 유례없는 손실을 입었고, 이 회사의 '글로벌 에퀴티 오퍼튜니티즈펀드'는 30억달러를 긴급수혈받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월가의 자존심이 구겨졌다.

금융시장 불안과 주택 침체가 소비,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등 파문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9월17일 기준 금리를 0.5%포인트나 전격 인하했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
1.3%와 11.2%로 상향조정한 상황에서 미국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크게 내렸다. 미국의 자존심이 땅바닥에 곤두박질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 여파는 컸다. 미증시가 벼랑에서 탈출했지만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대변하는 달러화 가치는 급락했다. 유로화에 대해 1/4달러선까지 붕괴되며 사상최저치로 떨어진 달러화는 엔, 원, 루피 등 주요 통화에 대해 급락세를 보였다. 루피화는 올해만 10% 넘게 올랐다. 중국 경제는 5년 연속 10% 넘게 성장할 전망이다.

ⓒ자료:증권선물거래소
◇아시아증시 폭등세..빅뱅 계속된다
연준의 금리인하로 불어난 유동성은 경기침체 우려가 여전한 미국을 피해 아시아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아시아를 비롯한 이머징마켓 관련 펀드로의 자금 유입 규모는 최근 2주 연속 50억달러를 넘었고 아시아(일본제외)투자펀드에만도 2주 연속 28억달러 이상이 들어왔다.

이에 비해 미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는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모는 지난 7월 247억달러로 2003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국채 투자는 93억달러 순매도였다.

물밀 듯 유입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이머징마켓은 미국, 유럽에 대한 상대적인 강세를 넘어 버블 우려를 낳을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올들어 10월9일까지 113.64% 올랐다. 중국증시가 세계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작년말 2600선이던 지수가 어느덧 6000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는 41.39%,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40.41% 올랐다. 인도 센섹스지수는 32.59% 올랐고 싱가포르 ST지수도 29.47% 상승했다. 모두 사상최고가다. 심지어 한 때 빈곤국의 대명사로 불렸던 방글라데시 증시도 올들어 66%나 급등했다.


수익률 상위 10개중 터키와 이스라엘을 제외한 8개 증시가 모두 아시아다.(표 참고) 그야말로 빅뱅이다.

10일에도 중국 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증시는 사상최고가로 개장했다. 상하이A지수는 6000마저 훌쩍 넘어섰다.

미국의 S&P500지수와 다우지수가 각각 10.35%, 13.65% 올라 역시 사상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상승폭이 작고, 금리인하라는 인위적인 부양책에 의존한 측면이 강하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이기간 0.38% 하락해 아시아시대에 철저하게 소외된 모습이었다.

◇생산, 투자, 소비 3박자 갖춰..M&A 강자로 부상中
중요한 것은 아시아 시대가 반짝 피었다 지고 마는 게 아니라 장기간 이어지는 추세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지역 국가들의 국민 소득수준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저임금에 기반한 '생산 공장'에 머물지 않고 세계의 소비까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PC 인터넷 자동차에서부터 원유 철광석 굴삭기 햄버거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세계적인 소비시장이다. 여기에 인도, 중동, 동남아시아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가히 압도적이다.

다국적기업들에게 중국은 더이상 시련의 땅이 아니라 고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KFC 피자헛은 이미 매출의 절반을 중국에서 얻고 있으며 지난해 중국에 진출한 미국, 유럽 기업중 80%가 이익을 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세계 최대의 알미늄 업체인 알코아도 중국 수요 덕분에 순익이 17% 증가했다.

국내외 기업공개를 통해 500억달러가 훌쩍 넘는 자금을 조달한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생산기지에서 벗어나 소비와 투자까지 3박자를 두루 갖춘 이상적인 경제성장 궤도에 진입한 것이다.

중동의 산유국들은 고유가를 바탕으로 한 오일 머니로 국제 자본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증권거래소는 나스닥의 대주주가 됐고 런던증권거래소(LSE)의 지분도 매입했다. 카타르도 런던증권거래소(LSE) 지분을 매입했다. 자본시장의 인프라까지 '침입한' 오일달러의 공습에 미백안관은 안보를 걱정할 정도의 위기의식을 표명하기도 했다.

중국은 1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대규모 국부펀드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중동과 중국을 비롯한 국부펀드는 2조5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이들로부터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전방위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생산과 소비, 투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시아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의 전유물인 인수합병(M&A)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선진국 기업들이 글로벌 신용위기로 자금난에 빠진 사이 경제호황과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등에 업은 개발도상국이 M&A 시장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는 것.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도국 자본이 주도한 M&A 규모는 1280억달러. 2003년의 140억달러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선진국 자본이 개입한 M&A 규모는 1300억달러로 개도국과 큰 차이가 없다. 천지개벽이 아닐 수 없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멍든 경제, 사상최저치로 떨어진 달러화, 미국은 금세기 최고의 불확실성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이전과 같은 강력한 헤게모니를 되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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