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논란' 거래소, 정부에 '판정승'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이학렬 기자 | 2007.10.09 18:46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의 '판정승'이다. 정부는 "서로 한발씩 양보했다"고 하지만, KRX 입장에서는 잃은게 없다. 정부가 마련한 'KRX 상장방안'이 그렇다.

9일 정부와 KRX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오는 11일 KRX의 자체상장과 관련, KRX에 대한 조직내 기능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재경부는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 쟁점은 '조직 인력'= 지금까지 정부와 KRX 간 대립의 핵심은 '상장(IPO) 심사' 인력이었다. 새로 상장할 기업을 걸러내는 상장심사 부문을 통째로 KRX내 자율규제기구(현 시장감시위원회)로 보내는 것이 당초 정부의 복안이었다. 이유는 '공익성 담보'였다.

이에 KRX는 '조직축소 우려'를 이유로 반대했다. 지금은 시장감시위원회가 KRX 내에 있지만, 앞으로 언제 조직 외부로 떨어져 나갈지 모른다는 게 KRX가 우려하는 바다. 그동안 KRX 상장 작업이 사실상 중단 상태였던 것은 이런 의견 차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입장을 선회했다. 상장심사 부문의 실무인력은 그대로 두고, 상장 심의·의결 권한만 자율규제기구로 넘긴다는 것이다. 또 자율규제기구에 대해서는 예산권과 인사권만 분리하고, KRX 조직 내에 남겨두기로 했다.

이 경우 KRX 입장에서는 조직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결국 KRX 입장에서는 '조직 지키기'에 성공한 셈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KRX의 상장심사 의사결정 권한을 자율규제위원회로 이전하고, 자율규제위원회의 예산과 인사를 독립시키기로 했다"며 "시장감시위원회는 자율규제위원회로 바뀌어 상장 후 거래소 내에 인하우스(in-house) 형태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KRX 여론몰이 주효= KRX가 정부를 상대로 판정승을 이끌어 낸 데에는 '여론몰이'가 주효했다. "거래소의 상장은 전세계적 추세"라는 게 KRX 측 논리의 핵심이었다. "정부가 거래소 상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여론도 정부 입장에서 부담이 됐다.


지난 8월28일 KRX가 '상장 추진 전면보류'를 선언하며 정부를 상대로 승부수를 던진 게 적중했다. 당시 이정환 KRX 경영지원본부장은 "시장감시 기능과 공익 기능에 대해 정부와 이견이 있는데, 정부가 이런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상장 추진이 어렵게 됐다"며 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정부도 할 말이 많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그동안 KRX의 상장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것은 정부 때문이 아니라 아니라 KRX와 그 주주인 증권사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었다"며 "이런 문제가 해소되고, 상장 후 공익성만 담보된다면 정부는 언제든 KRX의 상장 추진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그동안 '공익성 담보'를 이유로 상장심사 부문의 독립을 주장해 온 것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상장 후 투기성 자본이 KRX의 경영권을 쥐고 흔들며 상장심사에 상업적 논리를 강요할지 모른다는 게 정부가 우려한 대목이다. 이번에 나온 방안으로 이 문제가 완전히 해소됐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 "무난한 결론"= 전문가들은 이 같은 'KRX 상장방안'에 대해 무난하고,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엄경식 증권연구원 자본시장팀장은 "우리나라의 시장 규모와 기존의 상장심사 관행 등을 고려할 때 상장심사 기능을 KRX 조직 내에 남겨둬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전세계 주요 거래소들의 사례를 봐도 상장심사 기능을 거래소 또는 거래소그룹의 내부에 두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거래소(DB)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TSE)는 거래소 내에 상장심사 부문을 두고 있다. 또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호주 ASX 등은 거래소 그룹내 자회사가 상장심사를 수행한다. 반면 영국의 경우 런던증권거래소(LSE) 등이 아닌 금융감독청(FSA) 산하 영국상장청(UKLA)이 상장심사를 맡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