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역성혁명이 일어나는가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7.10.08 17:27
창업이수난성(創業易守成難).

우리말로는 '창업은 쉽고 지키기는 어렵다'고 주로 풀이됩니다. 중국의 고전 맹자에 언급되기는 했지만, 수나라를 패망시킨 뒤 당나라를 세우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당태종 이세민이 신하들과 논의한 '나라를 다스리는 이치'를 모은 정관정요(貞觀政要)를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말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두 가지 종목을 보면서 이 말을 떠올려봅니다.

다름 아닌 삼성전자와 POSCO입니다. 증시에서는 '황제주'로 군림하던 삼성전자가 그 지위를 POSCO에 내줄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거침없이 나옵니다.

신영증권은 8일 리포트에서 "중국 관련주의 대표주자인 포스코가 IT 대장주 삼성전자를 시가총액면에서 넘어설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김세중 연구원은 "과거에도 시대적 배경에 부응해 시총 최상위주가 등장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 시장에서 시가총액 최상위주가 삼성전자에서 POSCO로 바뀌는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불과 몇달 전만해도 이같은 '황제'에 대한 '불경'은 상상조차 못한 일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대다수 증권 분석가들은 삼성전자가 '황제'의 근엄함을 버릴 때가 됐다고 공공연히 외칩니다.

그럴만도 합니다. 삼성전자와 POSCO의 시가총액은 올초인 1월 2일 기준으로 각각 92조 62억원과 26조 6350억원이었습니다. 단순히 시가총액을 기업의 가치로만 판단하면 올해초만해도 POSCO의 3개를 합쳐도 삼성전자에 미치지 못합니다.

한마디로 '쨉'이 안되는 거죠. 그러나 불과 10개월 사이에 황제는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POSCO에 힘겨워 합니다.

8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81조1610억원. POSCO는 60조4020억원입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10조8452억원이나 시가총액이 내려앉은 반면 POSCO는 33조7670억원이 불었습니다. 차이는 20조7590억원. 아직 차이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현 추세라면 '역성혁명'은 시간문제인 듯 합니다.

주가도 역전된 지 오래입니다. 올해 1월 2일 62만5000원으로 출발한 삼성전자 주가는 10월 8일 종가가 55만1000원으로 7만4000원이나 빠지면서 11.84% 하락했습니다.


POSCO는 1월 2일 30만5500원이던 주가가 8일 69만3000원으로 마감하면서 38만7500원이나 올랐습니다. 상승률 126.84% 입니다.

삼성전자의 '수성'은 당분간 힘겨워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황제'의 퇴위를 단언할 수 없지만 가능성은 열려있음을 강조합니다.

삼성투신운용 양정원 주식운용본부장은 '황제'의 귄위 상실에 대해 실적과 향후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은 점을 듭니다.

양 본부장은 "실적이 '섹시'하지도 않고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도 희망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에 '황제의 고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봅니다. 실적과 전망의 나침반을 놓고 보면 삼성전자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기 힘들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POSCO는 과열 우려 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하는 중국 경제의 수혜를 입기 때문에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도 "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선진국 증시가 주춤거리는 사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받은 중국 등 이머징마켓의 수혜를 입는 POSCO의 행보가 지금처럼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주로 '매입해주는' 선진국 시장의 눈치를 보면서 속앓이를 하는 입장이라는 견해입니다.

8일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에 비해 16.79포인트(0.84%) 오른 2012.82로 장을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깨뜨렸습니다.

하지만 이날 POSCO는 지난 주말에 비해 주가가 8000원이나 오르며 '만많찮은 패기'를 보여줬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2000원 내리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최근 3거래일간 삼성전자 주가는 2만8000원(4.84%) 하락하며 '기력이 쇠한 황제'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대조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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