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총알받이입니까!"
대통합민주신당에 출입하는 한 기자의 항변이다.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후보 캠프에서 시시때때로 날아드는 알림 문자메시지만 하루 100여통.
각 후보 대변인들은 릴레이 계주라도 하듯 순서를 바꿔가며 마이크를 잡기 바쁘다. 그나마 국민을 위한 '정책 알림'도 아니다. 의혹 폭로와 비방이 전부다.
'박스떼기' '버스떼기' '폰떼기' 등 갖은 '떼기시리즈'는 이미 옛말이 됐다. 만원짜리 매표행위에서부터 대통령, 장관 및 연예인 명의도용, 선거인단 이중등록까지.
불법탈법선거 '종합선물세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비슷한 브리핑에 기자들의 관심이 줄자 캠프들은 '외형'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정 후보 캠프 소속으로 알려진 정인훈 전 종로구의원의 대통령 명의도용 사건이 집중 조명될 때 손 후보 측 우상호 대변인이 정 후보 캠프 로고가 새겨진 정 씨의 컬러판 명함을 확대, 배포한 게 변화의 시점이었다.
그 후로 사진공개 자료는 기본이 됐고 논문 두께의 불법선거 '백서'도 등장했다. 지난 7일에는 빔 프로젝트까지 동원됐다.
기자회견실에서 이 후보 측 명의도용과 손 후보 측 대리서명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한 건 정 후보 캠프의 아이디어. 사진, 표 등은 이제 브리핑의 기본 준비물이 됐다. 그러나 하루 종일 화려한 브리핑은 접해도 남는 것은 없다.
세 후보 캠프의 브리핑은 항상 "당 지도부가 진상을 규명하고 해당 사건을 검찰에 고발해 줄 것을 촉구한다"로 끝난다.
직접 검찰에 고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래도 당 지도부가 해야지…"(한 후보측 대변인)라며 말끝을 흐릴 뿐이다.
또다른 대변인은 "이렇게라도 해야 국민이 보고 느끼지 않겠냐"고 했다. 결국 '폭로' 자체가 목표가 된 형국이다. 이제 아무 관심도 없는 신당 경선. 화려한 폭로전을 위한 노력의 반만 했더라도 신당의 지지율이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을까. 여하튼 헛심쓰는 데만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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