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시카, 돈벌기로 결심하다

방글라데시=희망대장정팀  | 2007.10.09 12:42

[젊은 아시아, 빈곤을 넘어]<1-4>소설로 보는 한 여성의 빈곤탈출기

편집자주 | 2달러, 우리돈으로 약 1800원. 이 돈으로 아시아 인구 중 9억명이 하루를 삽니다. 21세기 이후 아시아 경제성장률은 연 평균6.3%로 다른 지역의 2배에 가깝습니다. 아시아는 과연 빈곤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아 김이경, 윤여정, 주세운 등 세 젊은이가 지난 9월, 아시아 최빈국의 빈곤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80일 동안 이어질 이들의 희망대장정을 머니투데이가 전해드립니다.

【편집자주】이 글은 김이경, 윤여정, 주세운 등 희망대장정팀이 방글라데시에서 그라민의 빈곤 퇴치 현장을 둘러보고 재구성한 소설입니다. '베시카'는 방글라데시 말로 '많이 먹어'라는 뜻으로, 여정씨의 방글라데시 별명입니다.

↑대출 혹은 교육을 받으러 그라민은행을 방문한 여성들.
방글라데시 '보그라 지역에 베시카라는 젊은 여성이 살고 있다. 그녀는 초등학교까지 교육을 받고, 집에서 책장 만드는 사업을 도왔다.

그러다 18세에 이웃 마을에 사는 나연(방글라데시 말로 '눈'이라는 뜻)과 결혼했다. 소작농인 남편이 혼자 벌어서는 먹고 살기 힘들어, 베시카는 삯바느질을 하며 겨우 입에 풀칠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 아주머니가 말했다.

"새댁, 그라민 은행이라는 곳에서 우리 같이 가난하고 담보 없는 여성들에게도 돈을 빌려준대. 윗마을 사람들도 대출 받았대. 5명이 한 그룹을 만들어가면 된다고 하는데, 같이 가보자."

베시카는 아버지가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렸던 기억과 채권자가 이상한 곳으로 데리고 간다는 소문에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계속 살아가느니, 한번 믿고 가보기로 했다.

그라민 은행 지점에 간 그녀는 대출 받기 위해 그룹 지어 온 마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한 은행원으로부터 대출 받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대출신청서를 작성했다. 여기에는 개인, 대출 목적, 가족, 수입원, 교육 정도 집, 땅, 가구 등에 대한 정보를 적어야 했다. 집은 무엇으로 지어졌는지, 식수는 어떻게 해서 먹는 지, 가구는 어떤 것이 있는 지 등 상세하게 기록해야 했다. 그리고 자신, 가족원, 그룹원의 동의를 받았다.

↑. 그라민은행 멤버들의 대출금, 상환금, 이자율,
저축금을 적은 그룹 일지.
그라민 은행의 운영방식, 대출상환방식, 은행에서 제시하는 '16가지 결심'에 대해서도 외워서 말해야 했다. '16가지 결심'에는 집 짓기, 채소 심기, 깨끗한 물 마시기, 아이들 학교 보내기, 가족 계획 같은 것이 있었다.

다음 날, 은행원이 직접 베시카의 집을 방문했다. 그는 신청서의 내용을 직접 확인했다. 베시카는 1주일 후에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베시카는 그라민에서 대출 받은 7000타카(원화 9만4000여원)로 암소를 샀다. 여기서 얻은 우유를 시장에 내다 팔면서 돈을 마련했다. 그리고는 가업으로 내려온 책장 만드는 일을 시작하여 시장에 내다팔면서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베시카는 그후 1주일에 한번씩 그라민 채무자 회의에 참석했다. 마을에 있는 10그룹이 모이는 자리에서 마을 문제, 깨끗한 물,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여기서 매주 조금씩 원금과 이자를 상환했다.

베시카와 그의 남편은 열심히 일을 해 집도 짓고, 땅도 사고, 펌프도 설치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들은 소기업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시켰다. 재료구입, 가공, 제작, 유통으로 일을 세분화시켜 5명을 더 고용하자 생산량은 5배로 늘어났다.


그 사이 베시카의 딸이 14살 소녀로 자랐다. 올해 딸은 매년 마을에서 12명에게만 주는 그라민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1년에 3000타카 정도의 돈을 지급받아 학업에 필요한 책, 학용품 등 물품을 사는 데 사용했다. 베시카는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딸이 자랑스러웠다.

'내 딸도 그라민의 유누스 총재처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거야.'

베시카의 10살짜리 아들은 요즘 아주 신났다. 요즘 학교에서 그라민다농의 '에너지 요구르트'를 준단다. 요구르트를 처음 먹은 날, 아들은 집에 돌아와 외쳤다.

"엄마, 이거 먹니까 힘이 불끈 솟아요."

↑상품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그라민다농의
매니저.
베시카는 보그라 지역 상점에서만 5다카(원화 약 70원)에 판다는 이 요구르트를 아들과 딸에게 더 사서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느 때처럼 그라민은행 지점에 간 베시카는 '폰 레이디'라는 사업이 있다는 걸 들었다. 마을에서 존경 받고 믿음이 가는 사람에 한해서만 신청하게 해준다는 사업이었다.

폰레이디는 휴대전화를 농부, 무역업자, 사업가, 학생 등 마을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사용요금을 받는 사업이다. 그라민은행은 자사 계열사인 '그라민폰'의 휴대전화를 살 수 있게 자금을 대출해준다.

베시카는 새로운 일이라 두려워했지만 베시카의 남편은 그녀에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마을 사람들도 베시카를 추천했다.

처음에 베시카는 휴대전화 이용요금으로 1분당 10다카를 받았다. 요즘은 경쟁이 심해져 1분당 2다카를 받는다.

어느날 마을에 있는 한 청년이 베시카에게 "타지에 나왔지만 부모님과 연락할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베시카는 자신의 직업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웠다.

한국의 세 젊은이, 80일간 아시아 대장정
"하루 1弗로 사는 빈곤 퇴치 희망을 찾아"
이메일 한 통으로 시작된 희망대장정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