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구제하는 진짜 '무이자' 대출

방글라데시=희망대장정팀  | 2007.10.09 08:45

[젊은 아시아, 빈곤을 넘어]<1-2>한국 세 젊은이의 그라민은행 체험기(상)

편집자주 | 2달러, 우리돈으로 약 1800원. 이 돈으로 아시아 인구 중 9억명이 하루를 삽니다. 21세기 이후 아시아 경제성장률은 연 평균6.3%로 다른 지역의 2배에 가깝습니다. 아시아는 과연 빈곤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아 김이경, 윤여정, 주세운 등 세 젊은이가 지난 9월, 아시아 최빈국의 빈곤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80일 동안 이어질 이들의 희망대장정을 머니투데이가 전해드립니다.

↑보그라 마을입구에서 수레를 탄
희망대장정팀의 윤여정(왼쪽),
주세운(가운데)씨와 나연(오른쪽)
그라민은행 살랑가 지점장.
그라민은 멀었다. 지리적인 먼 거리만큼이나 심리적으로도 낯설음의 연속이었다.

9월 13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자리잡은 그라민은행 본부를 찾아갔을 때 우리를 맞이한 한 매니저는 "최근엔 매주 20명 이상 외국 방문객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그라민은행과 이 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영향이었다.

그래서인지 방문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은 조금은 정형화된 것이었고, 첫 걸음에 기대를 채우지 못한 우리는 실망을 느꼈다.

사흘 후, 우리는 실제 마이크로크레디트 현장을 보러 그라민은행 보그라 지역 살랑가 지점(Salanga ullahpara branch)으로 출발했다

다카에서 자동차로 6시간 거리의 보그라 시내에서 방글라데시 특유의 삼륜택시로 갈아탔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따라 푸른 들판을 30분 이상 또 달렸다.

푸르게 여물어가는 벼와 초여름 빛의 녹음 위로 저물어가는 햇살, 이 모든 게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전원적인 분위기에 한껏 취했을 때, 우리는 그라민은행 살랑가 지점에 도착했다.

'그라민'은 방글라데시말로 '마을(village)'을 뜻한다. 그라민 지점은 그 이름다웠다. 작은 철조망과 무성한 나무들로 둘러쌓인 2층짜리 허름한 건물은 덩그라니 들판 한가운데 홀로 서 있었다. 주위에 단 한채의 다른 건물도 없이 오로지 푸른 논밭만 보였다.
↑밤 11시가 되도록 상환금 정리업무에

몰두하고 있는 그라민은행 살랑가 지점
직원들.

은행 내부는 우리 기준으로 따지자면, 시골동네에 오래된 마을회관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했다. 넓다란 테이블이 대여섯개 놓인 건물 내부는 밤 9시가 넘은 늦은 밤이었지만 환하게 밝았다. 경비원도 카운터도 없는 은행 안에선 백열등 불빛 아래 대여섯 명의 직원들이 열심히 장부를 작성하고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해 올 4월에 지점장으로 발령 받았다는 나연(27) 지점장은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며 "마을 주민들과 미팅을 마치고 온 직원들이 상환받은 대출금을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10년 이상 방치된 듯 곳곳이 먼지와 거미줄로 뒤덮힌 직원용 숙소에서 한창 짐을 풀고 있는데 갑자기 전기가 끊겼다. 하루에도 두세번씩 정전된다는 방글라데시의 전력사정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시골의 어둠과 적막은 한층 더 깊게 다가왔다.
그 와중에도 직원들은 양초로 불을 밝힌 채 밤 11시가 지나도록 장부정리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라민은행은 기존 은행이 대출해주지 않는 저소득층에 연 20% 안팎 이자율로 창업, 주택, 학비 대출을 제공한다. 심지어 무이자 대출도 있다. 극빈자 대출(Beggar Loan)이 그것이다. 일부 회원 자녀에겐 장학금도 지급된다.
↑그라민은행에서 대출 혹은 교육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마을 여성들.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1983년 그라민은행이 정식 설립된 이후 방글라데시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가난한 사람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다'는 고정관념도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다.

그라민은행의 누르자한 베굼 부장은 "방글라데시 마이크로크레디트 이자율은 20~35%로 시중은행 이자율(10~15%)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하지만 마이크로크레디트는 빈곤여성의 집에 직접 찾아가서 대출하고 교육, 훈련해야하기에 훨씬 많은 고용과 인건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국의 세 젊은이, 80일간 아시아 대장정
"하루 1弗로 사는 빈곤 퇴치 희망을 찾아"
이메일 한 통으로 시작된 희망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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