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번에 수백억…'파생 트레이더'의 삶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7.10.09 09:00

연봉 1억 수준, 평균 7년미만 경력… 시장 30조원대로 커져

피가 바짝 마른다. 자리 앞에 펼쳐진 여러 대의 모니터에서는 쉴새없이 숫자가 바뀐다. 나이는 서른 일곱. 2003년 본격적으로 도입된 뒤 30조원 시장으로 훌쩍 커버린 파생금융상품시장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라는 이름을 달고 하루하루 피말리는 '쩐의 전쟁'을 치르는 주인공이다.

오늘도 점심은 배달된 햄버거로 때운다. 증시는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요지경'으로 느껴진다. 자칫 숨을 돌렸다가는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러면 지금까지 심혈을 기울여 주문을 내고 신경을 썼던 거래의 성과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수도 있다. 숨돌릴 틈없던 주식시장이 저물면 하루의 매매 성과를 분석한다. 큰 탈없이 잘 넘겼음을 확인한 뒤 안도의 긴 한숨을 쉬는 것도 잠시, 내일 전략을 짜느라 바쁘다.

'금융공학의 첨병'으로 불리는 한국의 파생상품 트레이더. 그들은 주식시장에서 '그림자' 역할을 하면서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파생상품은 채권, 금리, 외환, 주식 등 금융자산을 기초로 장래 가격 변동을 예상해 만든 상품이다. '금융상품의 가격움직임에 대한 예상'을 상품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파생상품 트레이더는 대략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자기자본을 밑천으로 지수옵션이나 지수선물 등 시장파생상품에 투자해 돈을 버는 트레이더다. 또 다른 트레이더는 파생증권을 발행한 후 만기가 됐을때 상품의 의도대로 손님이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판매한 증권대금으로 매매를 해서 돈을 버는 트레이더다. 국내 증시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와 주식워런트증권(ELW), 파생결합증권(DLS)이 대표적이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되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주가지수가 상승할 때 일정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부터 주가지수 등락구간별 수익률에 차이가 나게 하는 구조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ELW는 특정 주권의 가격 또는 주가지수의 변동과 연계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약정된 방법에 따라 해당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증권이다. 이밖에 DLS는 주가 이외 기초자산(금리, 통화, 신용위험의 지표 및 일반상품 등)의 가격변동에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손님에게는 '어떤 조건에서 수익 얼마'로 판매되지만 시장상황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 게 아니어서 손님에게 약속한 수익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원치 않는 시장변화방향과 굴곡이 주는 모든 영향을 재주껏 상쇄시켜야한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아직 현물 트레이더에 비해 숫자가 적고 힘든 직업이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도 세계화에 발맞춰 나가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설문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내 파생트레이더는 평균 7년 미만의 경력과 상경계열 출신이 좌우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나이는 30대가 가장 많았고 40대와 20대가 뒤를 이었다.

연봉은 평균 5000만원으로 분석됐지만 운용능력 등을 감안해 받는 수당을 포함하면 대략 1억원 선으로 추측됐다. 매매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는 장중 변동성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결과는 9일 머니투데이가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3주간 국내 파생상품 거래 허가를 받은 14개 증권사의 파생상품 담당자 2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의 파생 트레이더 집중분석’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60명을 분석한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3년 문을 연 국내 증권사들의 파생업무는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 양적으로는 4년만에 파생증권 연 발행규모가 8배 이상 성장, 국내 자본시장 성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선규 우리투자증권 주식파생팀 부장은 "홍콩시장의 경우 기관끼리 거래되는 장외파생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파생상품의 부가가치가 날로 커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제도와 인프라 측면 등이 뒷받침되면 고수익 창출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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