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는 지금 '상실의 시대'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07.10.07 14:57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실적 부진을 발표하고 있다.

월가 최대 채권거래은행 베어스턴스부터 미국 1위 은행 씨티그룹, 1위 저축대출금융기관인 워싱턴 뮤추얼(WM)까지 금융기관들이 이번 여름을 강타한 서브프라임 악재 속에 실적 저하를 면치 못했다.

◇ 되돌리고 싶지 않은 3분기

시련의 서곡을 알린 것은 베어스턴스.

베어스턴스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와 함께 3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월가 어닝시즌의 막을 올렸다.

베어스턴스는 채권 시장 악화에 따라 3분기 실적이 10년래 최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베어스턴스의 3분기 순익은 1억7130만달러(주당 1.16달러)로 전년 동기의 4억3800만달러(주당 3.02달러) 보다 6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3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8% 떨어졌다.

전체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채권 발행과 거래 매출이 서브프라임 여파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이후 88% 급감한 것이 원인이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3분기 순익이 28억5000만달러(주당 6.13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억5000만달러(주당 3.26달러)보다 79%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씨티그룹은 4분기 첫날인 1일 3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로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된 이후 레버리지론과 주택저당증권(MBS)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

이 기간 씨티그룹은 서브프라임 자산에서 13억달러, 고정수입 거래에서 6000만달러 등 총 14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5일 메릴린치와 WM 역시 실적 부진을 알렸다.

메릴린치는 3분기 주당 0.5달러의 순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메릴린치가 분기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6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메릴린치의 손실 역시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혼란 때문.

서브프라임 모기지 가치 폭락, 부채담보부증권(CDO) 장부액의 평가 절하 등으로 약 45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보유하고 있던 레버리지론에서도 이 기간 4억6300만달러의 가치 하락이 발생했다.

워싱턴뮤추얼도 같은 날 3분기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 급감, 9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출 부문에서만 9억75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주택 부문과 모기지채권에서 각각 3억달러, 1억1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유럽 대형 은행들도 서브프라임 쓰나미를 비껴가진 못했다.


자산 기준 유럽 최대 은행인 UBS는 1일 3분기 6억~8억스위스프랑의 세전 순손실 발생을 보고했다.

독일 도이치뱅크는 3일 3분기 손실액이 약 31억2000만달러 정도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다행히 자산 매각과 세액 공제 등에 따른 이익으로 3분기 전체 순익은 19억8000만달러로 예상됐지만 서브프라임 여파를 온전히 피하진 못한 모습이다.

◇ 4분기는 다르다

골드만삭스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대형 금융기관들의 실적이 3분기 크게 위축됐다.

이 기간 골드만삭스가 대비되는 실적을 보인 것은 상대적으로 모기지 시장 투자가 적었기 때문.

골드만삭스 역시 신용 경색 여파로 3분기 14억8000만달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기업인수합병 자문 수요의 증가로 이 부문에서 사상 최고인 21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이 손실을 상쇄해주는 계기가 됐다.

악몽같은 3분기를 보낸 월가는 4분기 업계 전체가 평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로 소용돌이치던 시장이 안정 기미를 보이는 데다 신용 위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잇따르고 있다.

투자 심리가 되살아난 반면 인플레이션 위협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크게 우려되던 각종 지표 악화도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다. 이에 월가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찰스 프린스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4분기 회복세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프린스 CEO는 "3분기 실적이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4분기 경영 실적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도 대부분 월가 부진이 단명할 것으로 믿고 있다.

실적 발표에도 불구, 대부분의 대형 금융주들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잇달은 실적 부진 발표에 따른 추가 금리 인하 기대도 한몫하고 있다.

순익 급감 발표 당일 씨티그룹의 주가는 2.3% 올랐다.

고용 실적 수정의 깜짝 효과가 있긴 했지만 5일 메릴린치와 워싱턴뮤추얼의 주가 역시 실적 부진 발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각 1.89달러, 0.79달러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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