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야기] 조건이 붙는 꿈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7.10.07 13:10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두 회사 모두 오늘날 한국 증시의 대표 주자다. 코스피시장에서 시가총액으로 2, 3위를 기록하는 초우량 종목이며 몰락하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대한민국 간판주로 부상한 지 오래다.

그러나 현재처럼 연일 주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해서 시총 1위의 자리에 오른다고 해도 한때 삼성전자에게 집중됐던 세계의 주목을 받을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두 회사의 시총 합계가 이미 삼성전자 시총을 초월했고 포스코 주가가 삼성전자 주가를 10만원 이상 앞서고 있지만 '중국발 수혜 굴뚝주'의 입지만 강화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주 포스코가 현대중공업에 이어 1주일만에 또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은 씁쓸함을 남긴다. 한국 펀드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금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다는 미래에셋이 사재기 열풍을 중단하지 않는 한 이들 주가가 100만원을 넘지 말란 보장이 없다.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이 일부 종목에 집중 투입된다면 주가 상승세는 끝이 없을 것이다. 실적과 전망이 나무랄 데가 없고 주가상승 기세에 어떤 문제도 없어 보이니 최우선 매수종목의 위치를 굳건하게 유지할 것이고 주가의 한계를 예측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 될 것이다.
아무도 팔지 않는 종목에 매수자만 득세한다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계속 목표주가를 높이는 일만 반복하면 된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꿈을 먹고 사는 곳이다. 유통주식의 씨가 말랐다든가 시중에 자금이 넘쳐난다는 수급논리만으로는 고조된 분위기를 영원히 이끌어가지 못한다.
현재 상황이 더할 나위 없이 좋더라도 불확실한 미래 상황을 헤쳐나가려면 보이지 않는 상상력이 동원돼야 한다. 세계시장을 지배할 정도의 독보적인 기술력이나 가격경쟁력, 그리고 경쟁사를 밀어낼 수 있는 강력한 경영 역량에 무언가 보이지 않는 꿈이 가미돼야 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핸드폰은 내 기억 속에 한국 1위이자 세계 1위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도 한국에서 1위인 점은 같다. 그러나 세계에서 으뜸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낸드플래시 가격까지 추락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회생의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다. 조선과 철강에 집중하던 세력들이 삼성전자를 들어올리려고 하다가 손을 놓고는 은행주로 타깃을 수정하고 있다.

업황이 끝난 반도체보다는 서브프라임 여파로 3분기 실적 적자를 발표한 뒤 상승하고 있는 미국 은행주의 궤적을 따르고 있다.
키 높이 맞추기를 위해 시총 1위 종목이 필요했지만 수명을 다한 삼성전자에 미련을 두기보다는 시총 4,6,7위로 매집군 교체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는 포스코, 현대중공업만 계속 사 올리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자인하는 일이다. 꿈을 먹는 종목은 굳이 이격도나 괴리율을 따지지 않는다.
뺏은 기술과 시장점유율은 다시 빼앗기게 마련이며 정상에 오르면 내리막 길이다. 세계 1위도 무너지는 판에 한국 1위가 갈 길은 확연하다.

미국 S&P500 지수도 마침내 사상최고치를 돌파했다. 이제 서브프라임은 잊혀진 해프닝이다. 마치 미국 8월 비농업고용자수처럼 말이다.
따라서 코스피지수도 명실상부 사상최고치 경신을 다시 시작할 일이다. 주가지수 자체가 오르는 힘을 갖는다면 종목별 구분이나 키 맞추기 작업은 굳이 필요없는 일이다.

주가가 사상최고치로 돌입한다면 환율은 사상최저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가상승과 미달러 약세가 상호 보완작용을 하는 패턴을 이어간다면 말이다.

지난해 5월 원/달러환율이 927원대로 떨어지며 연저점을 기록한 사흘 뒤 코스피지수는 1464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7월 913.0원으로 하락한 다음날엔 주가가 2015.48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일 913.0원으로 다시 떨어졌을 때도 주가는 종가 최고치였다.

코스피지수가 2000대로 확실하게 올라선다면 원/달러환율은 913원선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조건이 붙는 상황은 자체적인 힘과 꿈이 결여됐을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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