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본+기술'로 첫 주상복합 쑥쑥

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진상현 기자 | 2007.10.09 11:48

'은행IB' 해외로 뛴다 <6> '새로운 기회의 땅' 키르기스스탄

소련 봉괴후 주택난 심화, 한국업체 주도 건설 프로젝트 추진
우리銀 PF 투자로 신뢰높여, "10년은 돈벌수 있는 약속의 땅"


카자흐스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현장 취재를 마치고 키르기스스탄으로 향한 것은 지난 9월16일. 알마티 시내에서 외곽으로 뻗어나온 도로를 3시간30분가량 달렸을까. 멀리 국경 검문소가 보였다. 현지 가이드와 함께 타고 온 차에서 내린 후 걸어서 국경을 넘었다. 너무 낯선 이국땅, 괜시리 긴장감이 느껴졌다.

입국수속을 마치자 비로소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무거운 짐꾸러미를 들고 국경을 넘기 위해 서있는 사람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대부분 키르기스스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이다.

현지 안내를 맡은 고반씨는 "국경을 기준으로 같은 물건이라도 가격 차가 2배 난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물건을 싸게 사서 카자흐스탄에서 팔면 상당한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얘기다. 카자흐스탄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키르기스스탄에도 새로운 교역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건설부 장관이 감격한 사업=키르기스스탄에 도착한 이튿날 오후 수도 비슈케크 중심가에 위치한 '아티스타운' 건설프로젝트 공사현장을 찾았다. 현지 공무원들과 건설업자 등 수십 명이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들에게 건축공법 등을 설명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현직 건설부 차관이다. 정부 고위 관료가 직접 한국 건설기법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키르기즈스탄 건설부 차관(사진 뒷쪽 중앙) 아티스 타운 공사 현장에 견학을 온 현지 공무원, 현지 건설업자 등에게 건축 기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로젝트 시공을 맡은 휴먼텍의 현장 책임자는 "어떤 때는 하루에도 몇번씩 이런 사람들이 찾아온다"면서 "여기서 한 10년은 돈을 벌 수 있을 것같다"며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실제 한국계 현지 시행사, 국내 시공사 및 금융지원으로 건설되는 아티스타운은 키르기스스탄 경제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소비예트연방이 붕괴된 이후 10~15년간 키르기스스탄에는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공급이 미미했다. 정부도 자금이 없었고, 민간 건설업계도 활성화되지 못했던 탓이다. 이로 인해 주택난이 심화되자 2005년 당선된 바키예프 대통령은 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주택건설을 공약했다.

↑카드르이베코프 키르기즈스탄 건설부 장관이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했다.

카드르이베코프 건설부 장관은 "아티스타운 프로젝트는 적절한 표현이 어려울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투자가 성공하면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실패하면 상당기간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식 건축공법을 심는다=이번 프로젝트는 유명 가수 출신인 구창모씨가 회장으로 있는 현지 시행사 아티스글로벌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 중소 건설업체 휴먼텍이 시공을 맡았고, 우리은행 등이 PF 형태로 자금을 지원한다. 총사업부지는 7만7600㎡로 16개 주거동과 유치원, 쇼핑센터 및 주거편의시설로 구성될 예정이다.

주거편의시설로는 어린이와 스포츠를 위한 운동장, 수영장, 경비실 및 주차장(지상 및 지하) 등이 갖춰진다. 내년말 완공을 목표로 조만간 1차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같은 한국식 복합주거단지는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주거형태다. 최근 몇몇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한두 개 건물만 올라가는 '나홀로 아파트'다. 철근으로 건물의 틀을 짜고 콘크리트를 부어 전체를 통으로 굳히는 '철골시공'도 이곳에서는 처음 시도된다.
↑아티스 타운 공사 현장. 총 사업부지는 7만7600평방미터로 총 1410세대인 16개의 주거동과, 유치원, 쇼핑 센터 및 주거 편의 시설로 구성될 예정이다. 내년 말 완공이 목표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정부는 부지를 제공하고 대신 1410가구 중 400가구를 원가수준으로 넘겨받게 된다. 또 각종 인·허가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했고, 양국간 상이한 건축법 하에서도 한국식 건축공법을 그대로 활용하도록 배려했다. 착공식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을 정도다.

 카드르이베코프 장관은 "양국의 건축기준이 크게 달랐지만 정부 교류서를 통해 해결했다"며 "준공 후 2년 동안 모니터링한 다음 한국의 건축기준으로 받아들일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건축공법 등을 자체적으로 익히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기회도 되고 있다는 것이 카드르이베코프 장관의 설명이다.

◇"어디든 부유층은 있다"=대부분의 아파트 건설사업이 그렇듯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도 성공적인 분양 여부에 달려 있다. 키르기스스탄 경제가 아직 낙후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

키르기스스탄은 카자흐스탄, 중국, 타지키스탄 및 우즈베키스탄에 둘러싸여 있으며 중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는 크지 않은 국가에 속한다. 총면적은 19만8500㎢로 남한의 2배 정도 규모. 풍부한 자원을 배경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카자흐스탄과 비교하면 자원도 영토면적도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617달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20분의1 정도다.

그럼에도 시행사는 분양을 자신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고급 주거시설 공급이 전무했다는 점을 든다. 구창모 회장은 "어떤 국가든, 소수의 부유층은 있다"며 "이번 분양은 충분히 소화되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의 경제성장에 자극받아 이곳 부동산 가격이 탄력을 받는 것도 긍정적이다. 현재 아티스타운의 예상 분양가는 ㎡당 1400~1500달러 정도로 카자흐스탄 알마티 지역 분양가의 3분의1 수준이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는 "카자흐스탄 및 다른 국가에선 비슈케크를 투자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생각한다"며 "그들의 내수시장이 침체되면 투자자들은 그곳 자산을 팔고, 돈이 될 만하고 성장하는 비슈케크의 주거시장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PF의 힘=우리은행이 이번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자금은 전체 PF 자금 230억원 중 50억원으로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투자는 금액을 뛰어넘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시행사의 설명이다. 신용도가 높은 대형은행의 투자 자체가 프로젝트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번 사업의 PF에는 우리은행 외에 광주은행 SK증권 한신저축은행 등이 참여했다. 구 회장은 "몇몇 은행을 접촉해 봤지만 부정적인 반응이었다"며 "우리은행이 대주단 구성을 주도하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휴먼텍 관계자는 "금리조건 등을 떠나 우리은행이 1금융권인 점을 감안해 택했다"며 "우리은행으로선 좋은 조건으로 투자할 기회를 얻었고, 시행사 입장에서는 네임밸류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서로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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