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경선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나란히 외빈 자격으로 참석했다.
행사장엔 1박2일 일정으로 PK(부산경남) 지역 민생경제현장을 누비고 있는 이 후보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평소 '영화광'으로 소문나 있는 이 후보는 개막 시간인 7시 정각에 '레드카펫'을 밟고 행사장에 들어선 후 귀빈실에 자리를 잡았다. '배우' 못잖은 턱시도까지 말쑥히 차려 입은 모습이었다.
5분 뒤. 정 후보가 귀빈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기치 못한 깜짝 등장이었다. 귀빈실내에는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정 후보는 이 후보가 환담을 나누고 있던 옆 테이블에 이 후보를 등지고 앉았다.
잠시 후 '어색함'을 못 견딘 정 후보가 등을 돌려 "이명박 후보도 오셨네"라며 악수를 청했다. "축하드린다"는 말도 건넸다. 이 후보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내가 축하드려야죠"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정 의장이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 장내엔 다시 '침묵'이 흘렀다. 정 후보는 신당 지도부의 '원샷경선' 결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당 기자들도 곧 오는데 (내가 지금 말하면) 섭섭해 하지 않겠냐"며 답을 피한 채 자리를 떴다. 어색한 조우였다.
잠시 후, 이번엔 민노당 권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권 후보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함께 이 후보가 착석한 테이블에 앉아 약 10분간 '환담'을 나눴다.
분위기는 정 후보가 등장한 때와 사뭇 달랐다. 시종 농담과 덕담을 주고 받아 어색함은 없었지만 만만치 않은 '기싸움'이 펼쳐졌다.
권 후보가 "진보와 보수가 딱 만났다"고 농을 건네자 이 후보는 "그쪽이 보수가 내가 진보 아니냐"며 맞받았다.
이어 이 후보가 심상정 후보와 결선투표까지 간 민노당 경선을 거론하며 "처음(1차경선)에는 (심 후보와) 영점 몇 프로.. (차이가 났죠)...나는 바로 될 줄 알았는데...더 재미봤지. 두 번 후보된 거다"고 권 후보의 심기를 건드렸다.
1941년생 동갑내기인 두 후보의 '형·아우' 논쟁도 벌어졌다. 권 후보가 "보니까 41년 생이더라"고 말을 건네자 이 후보가 "몇월생이냐"고 되물었고 권 후보가 다시 "12월22일이다"고 답한 데 대해 이 후보는 "나보다 3일 늦구만. 내가 19일이니 확실히 내가 위구만. 됐어. 나 한테 꼼짝 못 하게 됐어(웃음)"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권 후보가 "(겨우) 3일인데"라고 한 데 대해 이 후보는 다시 "3년 아래보다 3일 아래가 더 무서운거야"라며 '쐐기(?)'를 박기도 했다.
'기싸움'은 계속 진행됐다. 권 후보가 화제를 돌리기 위해 만면에 웃음을 띠고 이 후보의 이날 마산 지역을 순회 일정을 거론하며 "이쪽은(경남은) 안 오셔도 되는데 왜 자꾸 오시나"고 말하자 이 후보는 "요즘 창원을 좀 가야 하는데 창원을 못 가봤다"고 되받았다.
창원은 권 후보의 지역구가 있는 곳. 권 후보도 "진짜 진보와 진짜 보수가 대결 한번 하자"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 후보와 권 후보의 화기애애(?)한 대화가 끝난 뒤에는 귀빈실을 다시 찾은 정 후보가 권 후보와 만나 "축하한다"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3명의 대권 도전자들의 엇갈린 분위기는 개막식이 시작된 후에도 재연됐다. 세 후보는 행사 귀빈석에 나란히 앉았다. 정 후보는 권 후보와 간간이 귀엣말을 나눴지만 이 후보와는 말을 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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