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鄭 어색한 만남, 李·權은 '기싸움'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7.10.04 21:44

여야 3당 대권주자 '부산국제영화제'서 한 자리에

정치권 3당 대권 주자들이 우연히 한 자리에 모였다. 정치 1번지 여의도가 아닌 '국제영화제'에 참석해서다. 4일 저녁 7시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개막한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경선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나란히 외빈 자격으로 참석했다.

행사장엔 1박2일 일정으로 PK(부산경남) 지역 민생경제현장을 누비고 있는 이 후보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평소 '영화광'으로 소문나 있는 이 후보는 개막 시간인 7시 정각에 '레드카펫'을 밟고 행사장에 들어선 후 귀빈실에 자리를 잡았다. '배우' 못잖은 턱시도까지 말쑥히 차려 입은 모습이었다.

5분 뒤. 정 후보가 귀빈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기치 못한 깜짝 등장이었다. 귀빈실내에는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정 후보는 이 후보가 환담을 나누고 있던 옆 테이블에 이 후보를 등지고 앉았다.

잠시 후 '어색함'을 못 견딘 정 후보가 등을 돌려 "이명박 후보도 오셨네"라며 악수를 청했다. "축하드린다"는 말도 건넸다. 이 후보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내가 축하드려야죠"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정 의장이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 장내엔 다시 '침묵'이 흘렀다. 정 후보는 신당 지도부의 '원샷경선' 결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당 기자들도 곧 오는데 (내가 지금 말하면) 섭섭해 하지 않겠냐"며 답을 피한 채 자리를 떴다. 어색한 조우였다.

잠시 후, 이번엔 민노당 권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권 후보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함께 이 후보가 착석한 테이블에 앉아 약 10분간 '환담'을 나눴다.

분위기는 정 후보가 등장한 때와 사뭇 달랐다. 시종 농담과 덕담을 주고 받아 어색함은 없었지만 만만치 않은 '기싸움'이 펼쳐졌다.


권 후보가 "진보와 보수가 딱 만났다"고 농을 건네자 이 후보는 "그쪽이 보수가 내가 진보 아니냐"며 맞받았다.

이어 이 후보가 심상정 후보와 결선투표까지 간 민노당 경선을 거론하며 "처음(1차경선)에는 (심 후보와) 영점 몇 프로.. (차이가 났죠)...나는 바로 될 줄 알았는데...더 재미봤지. 두 번 후보된 거다"고 권 후보의 심기를 건드렸다.

1941년생 동갑내기인 두 후보의 '형·아우' 논쟁도 벌어졌다. 권 후보가 "보니까 41년 생이더라"고 말을 건네자 이 후보가 "몇월생이냐"고 되물었고 권 후보가 다시 "12월22일이다"고 답한 데 대해 이 후보는 "나보다 3일 늦구만. 내가 19일이니 확실히 내가 위구만. 됐어. 나 한테 꼼짝 못 하게 됐어(웃음)"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권 후보가 "(겨우) 3일인데"라고 한 데 대해 이 후보는 다시 "3년 아래보다 3일 아래가 더 무서운거야"라며 '쐐기(?)'를 박기도 했다.

'기싸움'은 계속 진행됐다. 권 후보가 화제를 돌리기 위해 만면에 웃음을 띠고 이 후보의 이날 마산 지역을 순회 일정을 거론하며 "이쪽은(경남은) 안 오셔도 되는데 왜 자꾸 오시나"고 말하자 이 후보는 "요즘 창원을 좀 가야 하는데 창원을 못 가봤다"고 되받았다.

창원은 권 후보의 지역구가 있는 곳. 권 후보도 "진짜 진보와 진짜 보수가 대결 한번 하자"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 후보와 권 후보의 화기애애(?)한 대화가 끝난 뒤에는 귀빈실을 다시 찾은 정 후보가 권 후보와 만나 "축하한다"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3명의 대권 도전자들의 엇갈린 분위기는 개막식이 시작된 후에도 재연됐다. 세 후보는 행사 귀빈석에 나란히 앉았다. 정 후보는 권 후보와 간간이 귀엣말을 나눴지만 이 후보와는 말을 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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