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선언,평화체제로의 극적 선회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7.10.04 20:56

종전선언 추진,불가침의무 준수 등 남북 대결구도에 획기적 전환

"반세기 만에 적대관계가 끝나가고 있다."

주요 외신들의 긴급타진 처럼 10.4 남북 공동선언은 동서 냉전의 마지막 유산으로 남아 있는 남북 대결구도가 무너지는 계기로 평가받는다. 북한이 남한을 '평화체제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4일 합의,발표한 8개 항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중 네 번째 항에서 한반도 종전(終戰)을 명시했다. "현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간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즉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키로 하고 남북한과 미국 등 3개국 또는 중국을 포함한 4개국 정상이 한반도 종전을 선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국제법적으로 남과 북은 현재 교전상태라는 것이 정론이다. 두차례 벌어진 서해교전이 이를 입증한다. 이 때문에 교전 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모색하는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 이후 한반도는 사실상 종전상태에 가깝지만 이를 법적,제도적 종전상태로 바꾸려면 '정치적 선언'이 필요하며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휴전이후 남한을 정전상태 종식의 당사자로 받아들이지 않고 미국과의 협상만을 끈질기게 주장해 왔다. 이런 가운데 나온 10.4 선언의 4항을 전문가들은 북한의 극적인 전략선회로 해석했다. 북한이 그동안의 고집을 깨고 남한을 평화체제 전환의 동등한 당사자로 인정한 역사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두 정상이 직접 종전선언의 주체를 3자,또는 4자로 압축해 주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다.


김정일 위원장의 평화체제 전환 주도에는 또다른 각별한 의미가 부여된다. '평화협정에 서명할 용의가 있다'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최초의 화답이자 급변하는 주변정세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생존과 번영을 노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에앞서 부시 대통령은 작년과 올해 두차례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과 함께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에 서명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한 바 있다.

게다가 남북 정상회담을 사실상 정례화하고 총리회담 개최에도 합의하는 등 선언이행의 실질적인 실천을 강제한 점도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남북이 국가간 관계가 아닌만큼 정례화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북측 입장을 받아들여 수시로 만나자는 용어로 합의했지만 사실상 정상회담의 정례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남북회담처럼 정상의 만남이 정례화될 경우 과거 허사로 돌아갔던 많은 합의와 달리 실천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을 한 차원 높일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군사충돌의 긴장감이 높은 서해에 평화지대를 구축하고 한반도에서 어떤 전쟁도 반대하며 불가침 의무를 확고히 준수하기로 한 점, 또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등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기존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합의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10.4선언의 성공적인 이행에 대한 불안요인도 만만치 않다. 노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불과 5개월로 후속 처리가 차기 정부 몫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유력 대권주자인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현 정권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번번이 남북합의를 뒤집었던 북한의 태도도 10.4선언의 앞날을 낙관만 할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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