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2000선 방어와 10.4선언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07.10.04 17:40

남북 정상회담 투심에 긍정적…"2000시대 안착할 것" 중론

10.4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됐다.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합의 뿐 아니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등 경제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틀도 만들었다.

남북 긴장관계의 '해빙'은 이미 여러해전부터 진행돼 왔지만, 정상회담 후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한 걸음 더 벗어났음은 물론이고 양 국가간 '주머니'를 불릴 수 있는 실용적 소득도 만만치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한 2일 국내 증시는 사상 최고치인 2014.09로 마감했다. 남북정상회담 효과를 본 셈이다. 물론 전일 미 증시가 급등한 탓이 크지만 상승폭이 다른 증시보다 컸음은 오름세에 불을 지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간 매섭게 국내 주식을 팔아왔던 외국인들도 이날 올들어 가장 많은 순매수를 기록할만큼 온화한 시선을 보냈다. 국내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던 '지정학적 리스크', 즉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제 값주고 못 살' 만큼 우려했던 할인요소를 상당부분 줄여줬다는 데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특히 외국계 금융기관 종사자들일수록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국가'로 보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우리가 중동의 몇몇 국가를 바라보는 시선과 비슷한 모양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무뎌진 국내 투자자들은 이번 남북공동선언이 담고 있는 경제적 효과를 괄시하는 경향이 일부 엿보인다.

물론, 이번 정치적 이슈가 증시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이다. 과거 사례에서도 그렇듯 '정서적 효과'에 기댄 재료는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다수다. 6.15 남북공동선언, 9.11 테러, 북한 미사일 발사실험때도 그랬다. 더구나 이번 남북 공동선언 후 합의문이 당초 정신대로 지켜질 지 여부도 확신하기 어렵거니와 진행되더라도 가시적 효과를 내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 경협이 확대되고 순항된다면 무시못할 경제적 파급효과를 낳고 이를 증시가 선반영할 경우 엄청난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는 이번 정상회담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큰 의미를 뒀다.

장 대표는 "남과 북의 화해 무드는 군사적 위험을 상당히 줄여 줄 뿐 아니라 투자심리를 긍정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며 "실질적인 경제 협력으로 확대될 경우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풍부한 노동력, 지리적 이점을 살릴 수 있어 내수시장이 확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산업의 전진기지가 되면 국내 경제에 파급될 효과는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도 초반 낙폭을 줄이며 2000선을 지켜냈다. 증권가는 이번 2000선 재진입이 지난 7월말과 달리 안착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신증권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한 매수세에 의해 2000선 돌파가 촉발됐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투자심리 개선에 기여했다"면서 "또한 미국의 금리인하에 따른 글로벌 증시의 안도랠리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선 지난 7월 2000선을 처음 넘어섰을 때 보다 우호적"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7월엔 기관투자자들이 매수 주체였고, S&P의 신용등급 상향, 국내 기업의 실적개선 등이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이후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글로벌 증시의 동반약세로 2000선 안착에 실패했다.

미국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는 서브프라임발 신용경색 위기를 완화시키고 상품 및 신흥시장 등위험자산 또는 비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상당폭 개선시킨 효과를 봤다. 큰 변수 하나가 달라졌으니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얘기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담금질'과정을 거쳐 4분기께 안착을 거쳐 2000시대를 본격적으로 열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단기적으로 미국의 경제지표가 연속적으로 나빠질 경우 재차 서브프라임 문제가 부각돼 증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남아있는 탓이다.

다소 신중한 관측도 존재한다. 김해동 본부장은 "외국인들이 전일 대량 순매수한 것은 남북정상회담도 일부 투자심리에 도움을 줬겠지만 '숏 커버링' 차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숏 커버링은 매도 포지션에 있던 주식이 증시 상승에 따라 손실이 커지자 이를 줄이기 위한 매수를 말한다. 결국 외국인은 국내 증시를 매도할 의지를 갖고 '팔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가 단기 상승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단타 매수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이 어렵다고 보는 이유다.

김 본부장은 "3,4분기 국내 기업의 이익 모멘텀이 좋고 내년이 올해보다 나을 것으로 보여 기업의 이익증가율 자체로 보면 증시에 긍정적 환경"이라며 "다만 증시가 저점에서 급하게 올라왔고 곧바로 상승 탄력을 받을 만큼 수급이나 밸류에이션 매력이 강하지 않다는 점이 당분간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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