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버냉키 자문단' 베일 벗었다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7.10.04 07:31

금리결정전후 통화·면담 상대 추적, 루빈-달리오 등 포함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는 미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의장의 금리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조언자들은 누구일까.

지난달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금리결정시기를 전후, 전화통화와 면담을 통해 정책조언을 들었던 인사들의 면면이 공개됐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재무학 강사인 케니스 토마스 박사가 금리정책 결정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요청해 얻은 통화기록 등을 통해서이다.

토마스 박사가 찾아낸 기록들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은 금리결정을 내리기 전 월가를 대표하는 인사들과 빈번한 접촉을 갖고 시장의 목소리를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록을 토대로 구성해본 '버냉키 자문단'의 맨 앞에는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전 재무장관)의 이름이 놓여 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8월7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동결한 바로 다음날 루빈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금리동결의 효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월가에서는 당시 버냉키 의장이 시장 상황을 무시, 금리를 동결함으로써 금융경색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었다. 월가의 최고 대변자로 꼽히는 루빈 회장은 그러나 FOMC의 금리 동결 결정을 두둔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로버트 루빈
유대계인 루빈회장은 설명이 필요없는 미국 경제계의 '대부'. 재무장관에서 물러난 지금도 월가는 물론 미국 정계와 언론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국무장관으로 재입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버냉키와의 통화기록 공개로 공화당 정부에서도 금융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게 확인됐다.

루이스 라니에리 하이페리온 캐피탈 매니지먼트 창업자도 버냉키의장과 한시간동안 머리를 맞대고 금리정책을 논의했다. FOMC 이틀뒤인 8월9일 오전이었다. 라니에리는 21살에 살로먼스미스바니에 입사, 주택저당 대출 유동화증권(MBS)시장을 사실상 만들어낸 신화적인 인물이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에 대한 조언자로는 그만한 사람이 없는 셈이다.
루이스 라니에리

이어 오후에 버냉키의장을 방문한 사람은 레이몬드 달리오 브릿지워터 사장이다. 코네티컷에 본사를 둔 브릿지 워터는 자산규모 320억달러에 달하는 헷지펀드이다. 외부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달리오는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 펜실베이니아 주 공무원 퇴직연금 등 공공부문과 대학의 자산을 관리하는 헷지펀드 업계의 실력자이다.


버냉키의장은 8일뒤인 8월 17일 재할인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한다. 연방기금 금리는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면 9월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금리 0.5%포인트 인하의 전주곡이었던 셈이다.
레이몬드 달리오

일주일뒤인 23일에는 뱅가드그룹 최고 경영자 존 브레넌이 버냉키의장과 통화, 시장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 존 보글이 창립한 뱅가드그룹은 지난해말 현재 1조10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중인 세계 최대규모의 투자회사이다.

버냉키의장이 월가 인사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준의장이 민감한 정책결정을 앞두고 금리결정과 민감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월가 인사들과 빈번한 접촉을 가진데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버냉키의장은 금리인하를 전후해 헨리 폴슨 재무장관, 마빈 킹 영란은행 이사, 연준대 모기지 금융전문가인 웨인 패스모어와도 자주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대화를 나눴지만 이들은 '공식 정책라인'에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볼수는 없다.
존 브레넌

토마스 박사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버냉키의장의 면담과 통화기록은)그가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보여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연준 출신 경제평론가 로렌스 쿠들로는 자신이 진행하는 CNBC 토론프로그램 '쿠들로&컴퍼니'에서 "(금리동결을 고수하던) 버냉키 의장이 급작스런 정책 선회를 하게 된 배경에 월가 인사들이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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