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 환영식에서의 '굳은 표정'이 온갖 억측을 낳았고, 이에 청와대가 긴급 진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그러나 3일 오전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보여 준 '밝은 표정' 한번으로 우려는 즉시 가라 앉았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방북 일정을 하루 연장할 것을 기습 제안하며 잠시나마 남측 정부의 일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기도 했다.
악수도 "반갑습니다"는 짤막한 인사말과 함께 끝났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방북 당시 두 손을 맞잡고 열정적으로 악수했던 것과 비교된다. 이후 북한 육.해.공 의장대 사열과 양국 고위 관계자 소개 등 환영식 행사가 끝날 때까지 김 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이를 놓고 남측 및 해외 언론은 우려섞인 관측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의 건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4살 아래라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는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전략으로서의 '포커페이스'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김 위원장이 2000년 김 대통령과 차량에 등승한 것과 달리 이번에 따로 이동한 것을 놓고 "대접이 2000년 때보다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 위원장의 태도와 표정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자 청와대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김정섭 청와대 부대변인은 3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007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최대한 예우한 것에는 (2000년 당시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며 "이번 북측의 영접 태도는 두번째 정상회담에 맞는 것으로, 배려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3일 오전 정상회담을 위해 노 대통령의 숙소를 찾아 온 김 위원장의 표정은 전날에 비해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 내외에게 "잘 주무셨습니까"라며 밝은 표정으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어 노 대통령이 선물인 '12장생도'를 보여주자 김 위원장은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사진촬영을 할 때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에게 가운데 자리를 양보하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회담장에서 환담을 나누는 중에도 김 위원장은 시종 밝은 표정을 보였다. 환영식 참석에 대해 노 대통령이 감사의 뜻을 표하자 김 위원장은 "제가 뭐 환자도 아닌데, 집에서 뻗치고 있을 필요가 없지요"라며 농담조로 화답하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건강악화설'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전날과 달리 이날 밝은 표정을 자주 보인 것 역시 전날 환영식에서 보인 '굳은 표정'을 근거로 남측 및 해외 언론이 '건강이상설'을 제기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편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일정 연장'을 깜짝 제안하면서 정부와 관련기관들을 바짝 긴장시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남북 정상회담 2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노 대통령에게 평양 체류 일정을 하루 연장, 5일 아침 서울로 돌아갈 것을 전격 제안했다.
그 직후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 소식을 전하며 "내부 회의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청와대 참모들은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대통령 뿐 아니라 권오규 경제부총리 등 고위급 수행원들에게 예정된 국내 일정도 크게 바뀔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2차 회의 말미에 "충분히 대화를 나눴으니 (연장) 안 해도 되겠다. 남측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본래대로 합시다"라며 상황을 제자리로 돌려놨다.
결국 노 대통령의 방북 일정은 예정돼 있던 2박3일로 유지됐고, 김 위원장의 '깜짝 제안'은 한낱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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