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휴전선 통과는 '정치 이벤트'?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이상배 기자 | 2007.10.02 19:21
노무현 대통령이 2일 군사분계선(MDL, 휴전선)을 직접 걸어서 넘은 것은 '한반도의 평화'라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공개 선언한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노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방북 직전 MDL에 일부러 굵은 노란선을 그려 넣었다는 점 등에서 남북정상회담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의 성격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2일 정상회담을 위한 방북 길에 오른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쯤 MDL을 약 30m 앞두고 차량에서 내렸다. 이어 약 20m를 걸어간 뒤 "여기서 한 마디 하고 넘어가죠”라며 돌아섰다.

노 대통령은 이번 행사를 위해 미리 그려둔 MDL의 노란 선을 가리키며 "이제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간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 선이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 민족을 갈라놓았고, 이 장벽 때문에 우리 국민, 민족이 너무 많은 고통을 받고 발전이 저지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이고, 그러면 마침내 이 분단의 선도 점차 지워지고 장벽은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MDL을 건넌 노 대통령은 북측의 여성들로부터 꽃다발을 건네 받은 뒤 권양숙 여사에게 "꽃다발 준 분들하고 사진 한 번 찍죠"라며 사진촬영을 즉석 제안했다. 이어 노 대통령 내외는 MDL의 노란 선을 등진 채 한복을 입은 북측 여성 2명과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

앞서 정부는 노 대통령이 통과한 남측 제2통문(북한행 마지막 관문)에 '2007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는 표지석을 설치했다. 표지석에는 '평화를 다지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 2007년 10월2일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노 대통령의 친필이 새겨졌다.


손목시계도 소품으로 동원됐다. 노 대통령은 이날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로만손 손목시계를 차고 방북했다. 노 대통령은 여건이 허락할 경우 이와 같은 손목시계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도 선물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의 군이 대치하는 가운데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분단의 선을 넘었다는 것은 한반도에 평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노 대통령이 MDL을 걸어서 넘은 것은 상징적인 조치"라며 "분단선을 없애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성장 세종연구원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정치에는 일정한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남북한의 군사적인 장벽을 서서히 허물겠다는 정치적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노 대통령이 직접 걸어서 건넌 MDL은 한국전쟁(6.25)이 중단된 1953년 '한국군사정전에 관한 협정'(1953년 7월27일)에 따라 그어진 바로 그 휴전선이다.

그러나 원래 MDL 현장에는 별도로 그어진 선이 없고, '군사분계선 MDL'이란 표식만 있다. 노 대통령이 넘어간 곳에 놓인 노란 선은 노 대통령이 알아보기 쉽게 별도로 설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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