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외인이 바라본 정상회담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07.10.02 17:31

'남북정상 만남' 외인 투심에 긍정적…사상 최고치 '훌쩍'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걸어서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한 역사적인 날, 증시도 이를 화답하듯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를 훌쩍 뛰어 넘었다.

글로벌 증시가 때마침 동반상승하면서 국내 증시의 상승에 힘을 보태줬다.

증시에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갖는 의미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클 수 있다. 지난해 7월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감행했을 때 한 외국 자산운용사 대표가 국내 자산운용사 현지법인 출장을 취소한 적이 있다. 이 회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위험해서 (한국에) 못 가겠다"는 것이다.

다른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외국 금융기관들은 전시 상황에 맞춘 위험 대피 요령을 만들 만큼 한국을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국내 투자자들이 북핵 미사일 이슈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가 그간 남북 대치 상황에 너무 무뎌진 것인지, 외국인들이 '오버'한 것인지 모르지만, 반대로 보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을 보다 '따뜻'하게 해 줄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들은 6208억원 지난해 12월14일 7779억원 순매수한 이후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의 이례적 순매수 규모는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 사안이 아니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이원일 알리안츠자산운용 대표는 "과거 북한과 관련된 부정적인 이슈로 인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 외국인들이 과민반응을 보였다"며 "거꾸로 생각하면 그 만큼 남북정상 회담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우호적으로 바꿔 놓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상회담 자체가 펀더멘탈의 변화를 주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정서적 효과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원기 KB자산운용 대표는 2년간 한국주식을 팔았던 외인들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서고 있어 2000이후 외국인이 주도하는 장이 펼쳐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이 올해들어 줄기차게 매도에 나선 가운데 국내 자금만으로 코스피지수가 2000을 돌파했는데, '물 건너' 온 돈 마저 증시에 투입되면 사상 최고치 행진이 이어질 확률이 자연스레 높아진다.

불과 1개월전만해도 비우량 주택 담보대출(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증시에 낙관론을 잠재우며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던 것을 생각하면 반전에 가깝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과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 종식 가능성에 힘입어 신고점 갱신을 지속 중이고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아시아 대부분의 증시도 신고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경기회복과 함께 한국 기업의 3분기 실적발표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 △남북회담의 순조로운 진행이 한국의 지정학적리스크를 해소시켜 글로벌 유동성 이전과 함께 외국인의 순매수 유입이 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상승 전망에 무게를 두는 건 수급의 중요한 축인 자산운용사들도 마찬가지다. 자산운용사들은 서브 프라임 이슈가 시작되기 전 주식형펀드의 주식편입비율을 낮췄다가 최근들어 다시 늘리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수탁액 기준 상위 10개 펀드의 주식편입비율(펀드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본 결과, 평균 92.33%(지난달 19일 기준)였다. 증시가 서브 프라임 문제가 불거져 급락하기 시작한 8월 첫째주(6일) 이 펀드들의 평균 편입비율은 90.59%였다. 그만큼 펀드매니저들이 향후 증시 상승에 발맞춰 '총알'을 확보,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좀더 지켜보자는 경계심리도 자리잡고 있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미국의 금리인하는 유동성 공급으로 난국(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타개하겠다는 것"이라며 "금리 인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인 11~12월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일 한화투신운용 주식운용 본부장 역시 외국인들이 한국의 지정학적 여건에 신뢰를 보였지만 추세적인 매수세로 전환할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남북정상회담은 분명 호재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암울했던 서브 프라임이란 악재를 딛고 상승하려면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이 추세적인지가 관건이라는 시각엔 큰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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