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연된 '깜짝' 영접…감동은 떨어져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7.10.02 16:46

직접 영접 예우 불구, 노-김 첫 만남 시종 무표정..포옹도 없어

2일 오전 11시55분.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말없이 5분간을 기다린뒤 12시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무개차를 타고 도착한 노무현 대통령을 맞았다.

당초 노 대통령 평양방문 공식 환영식은 3대헌장기념탑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행사 1시간전에 갑작스럽게 4.25 문화회관으로 변경됐다. 환영식 영접도 김영남 상임위원장으로 예정됐지만 김 위원장이 예고없이 직접 나타났다. 지난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 순안공항에서 벌어졌던 '깜짝 영접'이 7년만에 재연된 것이다.

김 위원장의 환영식장 출현은 최고 수준의 예우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이 직접 영접을 한 인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 등 소수에 불과하다.

김 위원장이 어디서 노 대통령을 영접할지를 놓고 노심초사했던 당국은 회담 청신호라며 환호했다. 김 위원장의 마중 장소로 노 대통령에 대한 예우 수준과 이번 회담에 거는 북측의 기대수준을 가늠할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4.25문화회관까지 20㎞의 연도에 수십만의 평양시민이 나와 무개차를 탄 노 대통령을 환영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4.25문화회관 환영장 분위기는 썰렁했다. 시종 무표정한 얼굴의 김 위원장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차량에서 내린 노 대통령이 자신이 서 있는 자리까지 오기까지 기다렸다. 면대한 자리에서도 서로 "반갑습니다"라는 짤막한 인사말과 함께 악수만을 나눴을 뿐이다. 북한 육.해.공 의장대 사열과 양국 고위 관계자 소개 등 환영식 행사가 끝날때까지 김 위원장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두 정상은 4.25 문화회관 정면 계단에 운집한 환영 인파들 앞을 지나며 잠시 환호에 답했다. 김 위원장은 환영 인파들 앞을 지나는 동안 시종 노 대통령의 두세발짝 뒤에서 걸어오며 양 손바닥을 수평으로 마주치는, 특유의 박수를 치기도 했다.

환영 인파의 행렬 끝에 도착한 두 정상은 다시 가볍게 악수를 나눈 뒤 각각의 전용차에 올라탔다. 노 대통령은 권 여사와 함께 남측에서 타고온 전용 차량에 올라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했고,김 위원장이 탄 차는 노 대통령이 퇴장한 반대 방향으로 사라졌다. 1차 정상회담 당시에는 순안공항으로 영접을 나온 김위원장이 김 전대통령과 같은 차량을 타고 함께 숙소까지 이동해 경호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었다.

공식 환영식이 끝난 시간은 낮 12시14분으로 남북 정상회담 첫날 두 정상의 첫 만남은 10여분 만에 끝났다.공식 환영식이 진행되는 동안 두 정상은 처음 악수를 나눌 때를 제외하고는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1차 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연출한 뜨거운 포옹같은 감동적인 모습도 연출되지 않았다. '깜짝영접'은 되풀이 됐지만 감동은 재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태도는 실무협상을 기조로 한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로 분석된다. 연령에서 66세인 김위원장(1942년생)이 노 대통령(1946년생)보다 4살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차 회담 당시 파트너인 김대중 전대통령은 김 위원장보다 16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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