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부동산시장 '소문난 잔치일 뿐'

김정태,송복규,정진우 기자 | 2007.10.02 16:52

정상회담 기대감에 매수문의 늘었지만 거래 안돼

"기대감때문에 문의가 늘긴했는데 거래는 거의 안돼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노무현대통령이 방북길에 오른 2일, 파주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전화문의가 평소보다 배이상 늘었다.

정상회담에서 경협사업 활성화에 따른 개발호재가 쏟아질 경우 경기 북부지역 부동산시장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이 같은 기대감에도 불구, 본지 취재 결과 실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2~3년전 이 같은 기대감이 반영돼 오를 만큼 오른데다 각종 규제에 거래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천ㆍ철원 등 휴전선 접경지일대는 더욱 썰렁한 분위기다.

다만 의정부와 동두천 일대 집값은 뉴타운 등 각종 개발호재와 정상회담에 따른 심리적 기대감이 겹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파주ㆍ문산 기대감불구 '개점휴업'=경기 파주 일대 토지시장은 매수 문의만 늘었을 뿐 실제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파주시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외지인(부재지주)이 토지를 매입하려면 현지에 1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등 거래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외지인이 토지를 팔 경우 최고 60%까지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만큼 매물도 많지 않다. 파주 주민들이 보유했던 토지는 LG필립스LCD 산업단지, 경의선 전철 등 개발 호재가 무르익었던 2∼3년전 대부분 손바뀜이 이뤄졌다.

파주 문산읍 H공인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처음 전해졌던 지난 8월초부터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개할만한 매물이 없다"며 "양도세를 60%나 물어야 하는데 선뜻 땅을 내놓을 사람이 있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발 기대감에 땅을 찾던 사람들도 까다로운 매입 조건을 듣고는 손사래를 친다"며 "1억∼1억5000만원 안팎의 소액 투자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 때문에 집까지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지 거래는 없지만 호가는 강세다. 지난 2005년 8.31대책 이후 각종 규제로 거래가 끊기며 10∼20% 떨어졌던 가격이 모두 회복됐다. 파주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내 농지는 3.3㎡(1평)당 10만원선이다. 파주 문산읍 시내는 △대지 200만∼500만원선 △관리지역 70만∼150만원선 △농지 20만∼40만원선 등이다.

◇연천ㆍ철원 접경지 기대 밖 '썰렁'= 접경지 대부분이 개발 소외지이지만 이미 오를만큼 올랐다는 분위기인지 경기 연천과 강원 철원, 고성 일대는 조용하다.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백석리의 전원주택용 땅은 현재 3.3㎡(1평)당 25~3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3년간 40~50% 가까이 오른 가격이었고 최근에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연천군 P부동산 대표는 "남북정상회담 소식에 문의는 간혹있지만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매물은 충분히 있지만 이곳 땅값이 너무 비싸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천군 백학면 구미리의 별장용 토지는 3.3㎡당 35~4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고, 장남면 고량포리의 땅은 30만원선에 나와 있다. 이 시세는 지난 몇년새 30%~40% 가량 오른 것.

강원도 철원군 부동산 시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철원군 G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문의가 많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공장, 펜션용지 매물만 쌓여 있을 뿐"이라며 아쉬워했다.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청양리 땅은 3.3㎡당 15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04년에 비해 20% 정도 상승했다. 강원 철원군 서면 자등리에 있는 공장용지는 13만원에 나왔다. 매수문의가 없어 지난 몇개월새 2만원정도 떨어진 것이다.

강원도 고성군 동해 공인중개업소 김모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추진 때문에 지난해 크게 올랐다가 후보지에서 탈락한 후 땅값이 많이 빠졌다"고 말했다.

◇의정부ㆍ동두천 아파트 개발호재 맞물려 '강세'=의정부, 동두천 지역은 아파트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의정부 금의지구의 경우 올 10월초 입주를 앞두고 있는 일신건영 휴먼빌 161㎡(33평형) 분양권 시세가 한 달새 3000만~4000만원이 뛰어 2억6000만~2억7000만원대를 보이고 있다.

의정부 녹양지구 현대 아파트도 작년까지만 해도 분양가 수준이었던 아파트 시세가 올들어 급등세를 보이며 158㎡(32평형)이 분양가대비 100% 가까이 상승했다.

의정부는 금의ㆍ가능지구 등 대규모의 뉴타운 사업과 경전철사업이 구체화되면서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정상회담에 따른 심리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분석이다.

동두천 역시 내년 1월 서울 외곽순환도로 완전개통과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개발호재로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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