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 우리은행장은 금융가에서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추진력이 강하고 공격적 마케팅으로 정평이 나 있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노동부가 실시한 자금 집행 입찰에서 우리은행은 4000억원 가량의 4개월과 5개월짜리 단기 자금 유치를 위해 1년 정기 예금금리보다 높은 6.05%의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내은행의 6개월 정기 예금 금리가 최고 5.61% 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은행의 제시금리는 최고 금리보다 무려 0.45%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이다.
단순계산으로 1000억원을 예치했을 경우 은행측은 이자비용만 4억 5000만원을 더 부담하는 셈이다.
정부기관 자금은 예금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아 은행 입장에서는 0.20%포인트 만큼 일반 예금보다 금리 부담이 줄어들지만 이를 감안해도 일반 법인예금에 비해 최저 0.25%포인트의 금리를 더 제공하는 것이다.
다른 은행들은 노동부에 5.65-5.85%의 수준의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이같은 공격적인 금리 결정에 다른 은행들은 과열 경쟁이 시장질서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기 말 한푼이라도 자금이 급한 은행들에게 노동부 자금은 반드시 유치해야할 대상이었다"며 "그러나 우리은행이 제시한 금리는 상식선을 넘어선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은행들은 노동부가 올해부터 집행자금을 한 기관에 몰아주기식으로 바꿔 과당경쟁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와달리 노동부가 가장 높은 수익률을 제시한 금융회사에만 자금을 배분하면서 자금사정이 빠듯한 은행들은 어쩔 수 없이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노동부는 제시 금리가 낮은 3-5개 금융회사를 제외한 뒤 나머지 금융회사에 자금을 배분하는 입찰방식을 활용했다"며 "이 당시만해도 각 은행 사정에 따라 금리를 제시하고 적정한 자금을 배분 받았지만 지금은 최고금리를 써내지 않으면 한 푼도 받지 못해 금리경쟁을 조장하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높은 수익률은 수익성 측면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반박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경쟁입찰방식이 금리경쟁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세금을 운용하는 기금의 성격상 높은 금리를 제시하지 않는 금융회사에 자금을 제공할 어떤 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우리은행의 고금리 제시는 박해춘 신임 행장이 새 사령탑을 맡은 이후 공격적인 영업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지난 3.4분기 우리은행의 총수신은 5조8689억원이 늘어나 국민은행(1조8639억원), 신한은행(1조2808억원), 하나은행(-1조3429억원) 등 다른 은행을 압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기간 우리은행의 원화대출금도 5조4641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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