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李 한밤의 경선 보이콧?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07.10.02 03:16
#1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각.

정치부 기자들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이해찬 대선 예비후보의 긴급회동. 예정대로라면 두 후보는 각기 지방에 머물고 있을 시각이었다.

메시지는 짧았다. 상황은 나름 다급해보였다.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회동 장소로 향했다.

#한시간 뒤 2일 새벽 1시5분.

양측 대변인만 배석한 가운데 밀실에 들어갔던 두 후보가 굳은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취재진이 에워쌌지만 묵묵부답. 현장은 대변인들에게 맡긴 채 두 사람은 건물을 빠져나갔다.

대변인들이 발표한 합의문에 따르면 두 후보는 이날 당 지도부에 경선일정 잠정 중단을 요구했다. 정동영 후보측의 '불법선거'가 좌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

당장 2일 오후 전북 전주 합동연설회가 예정된 상황. 그러나 두 진영은 지도부가 이날 오전 만족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 이것부터 불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실상 경선 보이콧이란 카드를 꺼내 당 지도부와 정 후보측을 압박했다.

◇심야회동 왜?= "심각하다" "급박하다"는 양측 표현에도 불구하고 이날 두 후보의 긴급 회동엔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않다.

밤 12시20분에 만났다는 것부터 의구심을 자아낸다. 뭐가 그렇게 급했던 걸까. 시야를 돌리면 이유가 보일 듯도 하다.

공교롭게 불과 7시간 뒤면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북한 평양으로 향하게 돼 있었다.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건너는 세기적 이벤트도 예정된 상황.

이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이란 초대형 이슈에 자신들의 문제제기가 묻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심야 회동을 급조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손 후보측 우상호 대변인은 "모임 자체가 1일 밤 11시 50분경 합의됐다"고 말했다. 이해찬 후보측 한 의원은 "내일(2일) 남북정상회담이 있으므로 내일까지 공방을 벌이기보다 오늘 안에 문제제기할 부분은 다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무엇을 원하나= 더 큰 의문점은 이들이 당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 불법선거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지만 "어떤 재발방지책을 원하는 것이냐"고 묻자 "당 지도부의 반응을 보고 다시 논의할 것"(우 대변인)이란 답변만 나왔다.

납득이 되지 않은 취재진이 거듭 "같은 질문이지만 다시 묻겠다"고 하자 "질문이 같으면 답변도 같을 수 밖에 없다"는 명답(?)이 돌아왔다.

이에 "사실상 정동영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란 해석부터 "지금까지 8개 시도의 경선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불복선언"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현장 한켠에선 "도대체 왜 부른 건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나왔다.

양측은 이 같은 지적에 손사래를 쳤다. "경선 중단까지 요청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항변이다.

이와 관련 정 후보측은 "경선 불복의 명분을 쌓기 위해 경선판 자체를 깨려는 행위"(김현미 대변인)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손학규 이해찬 두 사람이 어떤 이유에서든 따로 만났다는 것 자체도 뉴스감이다.

각각 경기도지사(손 후보)와 국무총리(이 후보)였던 지난 2005년 5월, 이 총리가 주재한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에서 두 사람은 파주LCD단지 건설을 둘러싸고 격한 논쟁을 벌였다.

급기야 손 지사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 뒤 둘의 관계는 결코 원만하지 않았다.

한밤의 회동은 2년5개월만의 극적 만남인 셈. 하지만 "경선 불복 명분 쌓기"란 혹평에다 "석연치않다"는 지적까지 있다는 걸 알면 두 후보도 결코 유쾌할 리 없을 것같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