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FTA, 아직은 시기상조"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이상배 기자 | 2007.10.02 06:47
'남북 경제공동체'를 향한 '남북 자유무역협정(FTA)'의 구상은 현실화될까?

오는 2~4일 평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간 FTA 격인 '남북 경제협력강화약정(CEP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남북CEPA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낮다.

남북CEPA 논의가 본격화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정부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북한 수뇌부의 '경제적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일 "남북 정상회담 준비 초기에 남북CEPA를 회담 의제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CEPA를 북측은 시장의 전면적인 통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이 경우 북측이 민감하게 반응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대 교수도 "북한은 남북CEPA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CEPA는 통상을 자유화하고 제도를 개혁하는 것인데, 북한은 그럴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남북CEPA의 핵심은 시장 개방이다. CEPA의 주된 목적 가운데 하나인 '무관세 제도'의 경우 이미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체제유지를 위해 무역을 엄격히 통제해 온 북한이 단숨에 '무역장벽'을 허물려 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 남북CEPA가 체결될 경우 한미FTA의 효과로 북한산 상품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국제통상 환경을 고려해도 남북CEPA의 체결은 쉽지 않다. 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WTO 미가입국과는 FTA 또는 FTA와 같은 내용을 담은 CEPA를 맺을 수 없다.

송기호 국제통상법 전문변호사는 "예외적으로 홍콩은 중국의 일부이기 때문에 중국과 CEPA를 맺을 수 있었지만, 북한은 남한의 일부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유럽연합(EU)은 아프리카·카리브해·태평양의 70여 국가들과 CEPA에 해당하는 로메협정을 맺었다가 WTO 위반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남북CEPA의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북한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며 "남북CEPA를 통해 중국의 북한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외교, 안보, 경제적 이익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 북한의 대외무역액 가운데 한국과의 무역이 차지한 비중은 26%로, 중국의 39%보다 낮았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밀무역 등 비공식교역까지 포함할 경우 실질적인 북한의 대중 무역 비중은 50%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남북간 교역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남북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당장 남북CEPA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남북CEPA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 정도의 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