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집·땅' 경매…재벌 파산 종착역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 2007.10.01 09:21

지난달 김우중 前회장 물건 등 낙찰…파산후 마지막 '빚잔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김중원 전 한일그룹 회장, 박승주 전 범양식품 회장….'

회사 부도와 함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재벌 회장들의 이름이 법원 경매시장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회사가 부도난 지 수년이 흘렀지만 회장가의 마지막 남은 재산을 둘러싼 '빚 잔치'는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본인은 물론 아들, 손자까지 돈 걱정 없이 살 것 같던 재벌들. 하지만 이들 역시 마지막 남은 집과 땅을 경매 처분하는 것으로 파산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매 처분된 '회장님 부동산'은=지난달 28일 창원지법에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소유의 경남 거제시 송진포리 일대 토지 42만5000㎡(12만8700평, 임야·논·밭 등 58개 필지)가 경매에 부쳐졌다. 이 땅은 1983년 김 전 회장이 본인 명의로 매입한 것으로 24년만에 주인이 바뀌었다. 낙찰가는 158억8400만원으로 감정가 98억4835만원보다 60억원 정도 높았다.

지난달 18일에는 김중원 전 한일그룹 회장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단독주택이 단일주택 경매 사상 가장 높은 가격인 64억원7777만원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박승주 전 범양식품 회장의 서울 성북구 성북동 자택(주택 2채+대지 1필지)은 지난 7월 67억8800만원에 낙찰됐다.

외환위기 전후 쓰러진 재벌가 중에는 박영일 전 대농그룹 회장의 서울 성동구 옥수동 자택(2004년, 58억9800만원)과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의 서울 중구 장충동 자택(2003년, 50억1250만원)이 비싼 값에 팔렸다.



대농그룹의 경우 박영일 회장에 이어 아버지인 박용학 전 명예회장의 용산구 한남동 자택도 2005년 경매에 나와 27억원에 넘어갔다.


이밖에 정태수 한보그룹 전 회장의 건물, 토지 등 부동산 35건이 1000억원에 경매 처분돼 관심을 끌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경기도 안산농장과 서초구 방배동 자택, 박건배 전 해태 회장의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 안병균 전 나산회장의 성북구 성북동 자택, 장수홍 전 청구 회장의 서초구 반포동 자택, 나승렬 전 거평 회장의 관악구 봉천동 자택 등도 경매에 부쳐졌다.

장치혁 전 고합 회장의 서초구 반포동 빌라와 김현철 전 삼미 회장의 서초구 방배동 주택과 반포동 빌라도 경매 물건으로 등록돼 새 주인에게 넘어 갔다.

◇집, 땅 경매…재벌 파산의 마침표=재벌가 소유 부동산들은 회사 파산 후 짧게는 2∼3년, 길게는 7∼8년만에 경매 시장에 나온다. 대부분 회장 명의의 집이나 땅이다.

대부분 법인 소유의 회사 건물이나 토지 등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다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 회장 개인 소유 주택이나 땅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기 때문이다.

회사 건물이나 토지 등이 먼저 정리돼 채권자에게 넘어가고 재벌 회장 이름이 붙은 부동산이 마지막까지 남는다. 이해 관계가 복잡해 쉽게 경매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부 물건을 제외하면 감정가보다 낮은 값에 낙찰되는 사례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지지옥션 박갑현 매니저는 "대농, 고합, 나산, 한보 등 많은 그룹 총수의 부동산이 감정가보다 싼 값에 팔렸다"며 "망한 집이라는 풍수지리적 인식 때문에 제 값에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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