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면담 李, '미풍'으로 '북풍' 뚫는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7.09.30 16:13

남북회담 직후 방미 부시만나...'북풍' 차단 노림수

역대 대선에서 '북풍(北風)'은 중요한 '변수'였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는 유권자들의 안보 심리를 자극해 표를 얻는 데 이용됐다. 세월이 지나면서 최근에는 공안정국보다 남북정상회담 등 화해 분위기가 오히려 북풍의 소재가 됐다.

2007년 상황도 비슷하다. 올 12월 대선을 앞두고 '북풍'이 조금씩 불 조짐이다. 북핵 6자회담에 10월 초(2~4일) 남북정상회담까지 대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북한발' 변수가 널려 있다.

과거와 다른 것은 '북풍'의 온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남북 대결을 조장해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하던 매서운 '칼바람'이 어느덧 남북관계 발전의 '평화 무드'를 전파하는 '훈풍'으로 변화했다.

이 때문일까, '북풍'을 앞둔 정치권의 유불리는 극명하다. '평화공세'를 펼 수 있는 범여권에는 '북풍'이 최대 지원군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악재'를 만나 곤혹스럽다.

대선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가장 큰 짐도 바로 '북풍'이다. 북핵 해결 여부와 남북 평화 논의의 수위에 따라 대선 판도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이 후보가 이런 상황에서 선택한 전략은 '정면 돌파'. '미국발' 맞바람을 무기로 북풍을 뚫는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는 다음달 14~17일 사이에 방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난다.

대화 주제는 남북 정상회담 성과와 북핵문제 등 한반도를 둘러싼 현안이 주가 될 전망이다. 한미동맹 강화 등 한미관계에 대한 의견도 교환한다. 범여권의 '북풍에 '미풍(美風)'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이 후보는 10월 중순 면담 성사를 위해 지난 8월부터 공식, 비공식 라인을 풀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톰 리지 전 국토안보 장관, 강영우 백악관 장애인위원회 차관보 등 전현직 미국 고위 관료들이 총동원됐을 정도다.


면담시기도 절묘하게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10월 중순으로 성사됐다. 다분히 정상회담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가 읽힌다.

이 후보는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상징적'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야당 대선 후보로서 미 대통령과 면담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다. 미국 대통령이 인정한 유력 대권 후보라는 이미지를 강력한 대선 전략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10월 중순에 (면담이) 이뤄진다는 것은 (미국 측이) 이 후보 위상을 인정하는 동시에 차기 정부를 내다본 것이라고 볼 수 있다(박형준 대변인)"는 해석이 나왔다.

동시에 범여권의 '남북관계 발전' 홍보 논리에 '한미동맹 강화'로 맞대응한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 굳건한 한미관계는 전통적 보수층의 지지기반을 확고히 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남북정상회담으로 대선 가도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는 위기 국면을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선 개입과 이에 따른 반미감정 고조 등 '역풍'을 맞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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